흥행영화 새 공식은 클래식 음악?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8일 03시 00분


코멘트

‘베테랑’ ‘암살’ ‘미션 임파서블’
피아노협주곡에서 오페라까지… 주요 모티브-분위기 설정에 사용

영화 ‘암살’에서 안옥윤(전지현·왼쪽)과 하와이 피스톨(하정우)이 상하이 미라보 호텔에서 만나는 장면. 쇼팽 피아노협주곡 1번 2악장이 잔잔히 흐른다. 흥미진진 제공
영화 ‘암살’에서 안옥윤(전지현·왼쪽)과 하와이 피스톨(하정우)이 상하이 미라보 호텔에서 만나는 장면. 쇼팽 피아노협주곡 1번 2악장이 잔잔히 흐른다. 흥미진진 제공
최근 여름 극장가 흥행을 주도하는 ‘베테랑’과 ‘암살’, ‘미션임파서블: 로그네이션’에서 클래식 음악이 주요 모티브나 분위기 설정에 사용되고 있다.

영화 ‘베테랑’에서 트럭운전사 배 기사(정웅인)가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의 사무실에서 전 소장(정만식)에게 일방적으로 얻어맞는 장면은 이후 모든 사건의 발단이 된다. 이때 흘러나오는 서정적이고 비장한 클래식 음악은 이탈리아 빈첸초 벨리니의 오페라 ‘노르마’에서 유명한 아리아인 ‘정결한 여신이여(카스타 디바·Casta Diva)’. 여사제인 주인공 노르마의 복잡하고 참담한 심정을 담고 있다. 류승완 감독은 “부드러운 클래식 곡을 통해 조태오 측이 가하는 폭력의 시각적 느낌은 약화시키는 반면, 피해자 측의 정서는 보다 강하게 관객의 뇌리에 남기를 원했다”며 “고급 취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설정된 조태오에게 어울린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영화 ‘암살’에서 안옥윤(전지현)과 하와이 피스톨(하정우)이 처음 만나는 상하이 미라보 호텔. 여기서 쇼팽의 피아노협주곡 1번 2악장이 잔잔하게 흐른다. ‘로망스’로 불리는 2악장은 둘이 싱겁게 헤어지지만 앞으로 애틋한 사랑을 하게 될 것이라는 암시를 담고 있다. 최동훈 감독은 “거친 만주에서 살다가 화려한 상하이로 처음 온 안옥윤에게 휴식 같은 느낌을 주고 싶기도 했다”고 말했다. ‘암살’에선 드보르자크의 ‘유머레스크’와 슈만의 ‘트로이메라이’ 등 가볍고 경쾌한 음악이 자주 사용돼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시대극의 분위기를 순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에선 아예 초반부 주요 무대로 오스트리아 빈 오페라극장인 슈타츠오퍼를 활용했다.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 공연을 배경 삼아 오스트리아 총리 암살 시도를 그리는데, 가장 잘 알려진 아리아 ‘공주는 잠 못 이루고’(Nessun Dorma)의 하이라이트 대목에서 총을 쏘도록 한 설정은 극적 긴장감을 배가시킨다. ‘공주는 잠 못 이루고’는 남녀 주인공이 수수께끼를 둘러싸고 갈등을 벌이는 상황에서 나오는 노래. 수수께끼를 푸는 듯한 이 영화에선 이후에도 두어 차례 변주돼 나온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베테랑#암살#미션 임파서블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