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헉, 암호인가? 흥얼∼ 흥얼∼ 소리 내보니, 아하!

  • 동아일보

◇깐치야 깐치야/권정생 엮음/원혜영 그림/96쪽·9000원/실천문학사

자고 있는 어린 아기를 보면, ‘자장자장 우리 아기…’ 이런 가락이 절로 떠오릅니다. 의식하기도 전에 누군가에게서 들은 유년의 기억이겠지요. ‘앞니 빠진 갈가지 우물가에 가지 마라…’ 이런 가락도 기억나시지요? 그리고 몇 가지씩은 다들 알고 있을 것입니다. ‘한알때 두알때 삼아중날 때 영랑거지 팔대장군 고드랑 뿅!’ 이런 고전적인 것도 있고, ‘우리 집에 왜 왔니, 왜 왔니’ 같은 나름 신선한 곡도 있겠지요. 이런 가락들을 구전동요라고 합니다.

이 책은 권정생 선생이 모은 경북 청송군 일대의 구전동요를 다시 정리해서 펴낸 책입니다. 권 선생은 1989년 어느 교회 주보에 그동안 채록한 구전동요를 연재하다가 갑자기 중단했는데, 나중에 밝혀진 사연이 안타깝습니다. 책을 내겠다고 원고 뭉치를 가져간 출판사가 연락이 없고, 기억도 나지 않아 ‘가물치 콧구멍’이 되고 말았다니 말입니다.

돌아가신 지 몇 해가 지나서, 연재한 원고와 소설이나 동화에 들어 있는 노래 등을 모아서 비로소 책이 되었습니다. 사연을 읽다 보니 그 ‘가물치 콧구멍’ 출판사가 원망스럽습니다. 사라진 구전동요도 아깝고, 병약했던 권 선생의 노력도 안타까워서 말입니다.

구전동요는 기본적으로 놀이를 바탕으로 합니다. 그러니 눈으로 읽어서는 절대 그 맛을 알 수 없겠지요. 게다가 이 책의 글은 경상도 말투가 기본이다 보니 활자는 암호 같지만, 소리 내 읽으면 뜻이 통합니다. 어떤 가락으로 읽어야 하냐고요? 우리의 기본 가락인 ‘흥얼흥얼 흥얼흥얼’ 하시면 됩니다. 신나면 빠르게 흥얼흥얼, 구슬프면 느리게 흥얼흥얼.

김혜원 어린이도서평론가
#깐치야 깐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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