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원-아이비 “오버하지 않는 연기, 발레처럼 유연한 춤… 한 수 배웠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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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시카고’ 12년 만에 내한공연… 최정원-아이비 관람평

12년 만에 내한공연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 시카고. 전설적 안무가 밥 포시 특유의 관절을 꺾는 춤 동작과 스타일리시한 안무를 볼 수 있다. 신시컴퍼니 제공
12년 만에 내한공연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 시카고. 전설적 안무가 밥 포시 특유의 관절을 꺾는 춤 동작과 스타일리시한 안무를 볼 수 있다. 신시컴퍼니 제공
《 뮤지컬 ‘시카고’가 12년 만에 내한공연을 갖는다. ‘시카고’는 주간 단위로 산정해 매출액이 운영비보다 낮으면 바로 작품을 내리는 살벌한 브로드웨이 극장가에서 19년째 장수 중인 인기 뮤지컬. 뮤지컬 영화도 제작돼 국내에서도 친숙한 ‘시카고’는 스타들의 산실이었다. 팝스타 어셔와 애슐리 심프슨을 비롯해 2009년 타계한 영화배우 패트릭 스웨이지도 이 작품으로 무대에 섰고 리처드 기어, 러네이 젤위거, 캐서린 제타존스는 영화로 만들어진 ‘시카고’에 출연했다. 2000년 시카고 한국 초연부터 지난해까지 총 475회 공연 중 벨마와 록시를 번갈아 가며 283회 무대에 오른 최정원(46)과 2012년 시즌에 합류해 록시로 138회 무대에 선 아이비(33)와 함께 시카고 내한 공연을 이달 1일 관람했다. 이들의 관람평을 통해 한국 캐스트와 다른 ‘오리지널’ 뮤지컬의 매력을 분석했다. 》
국내에서 가장 많이 ‘벨마’ 역을 맡은 최정원(왼쪽)과 2012년부터 ‘록시’ 역을 맡아온 아이비. 두 사람은 “시카고의 상징과 같은 검은색 슈트로 맞춰 입고 왔다”며 활짝 웃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국내에서 가장 많이 ‘벨마’ 역을 맡은 최정원(왼쪽)과 2012년부터 ‘록시’ 역을 맡아온 아이비. 두 사람은 “시카고의 상징과 같은 검은색 슈트로 맞춰 입고 왔다”며 활짝 웃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 자연스러운 연기, 역대 시카고 외국 공연 팀 중 최고

최정원은 “지금까지 브로드웨이와 영국 런던 웨스트앤드 등에서 7차례 시카고 외국팀 공연을 봤는데 이번 내한 공연을 베스트로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막이 오르면 키티 역의 여배우가 등장해 쇼를 시작하는 대사를 던지는데 한국팀 공연에선 다소 딱딱하고 잔뜩 힘이 들어간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이번 공연에선 그 역할을 맡은 배우가 자연스럽게 대사를 시작해 ‘만만치 않은 배우들이구나’ 싶더라고요.”

아이비는 내한 공연하는 브로드웨이 배우들의 연기를 보며 자신의 연기를 되돌아봤다고 했다. 그는 “공연 내내 내가 록시로 무대에서 과장된 연기를 한 것 같아 반성했다”며 웃었다. “록시가 어떻게 보면 꽤 얄밉잖아요? 순진한 남편을 농락하고 벨마의 모든 것을 빼앗으니까요. 그런데 오리지널팀의 록시 역을 맡은 다일리스 크로만은 시종일관 ‘오바’하지 않으면서 관객에게 미움 받지 않는 사랑스러운 록시였어요.”

○ 월등한 신체조건으로 천재 안무가 밥 포시의 안무 구현

시카고는 전설적인 안무가 밥 포시의 안무로 유명한 작품. 관절을 꺾는 동작을 비롯해 고난도 기술을 요하는 춤이 많아 시카고는 춤꾼으로 알려진 배우들도 어려워한다.

최정원은 “벨마 역의 테라 매클라우드의 춤을 유심히 봤는데 이 배우가 4세 때부터 발레를 전공해 그런지 특히 유연했다”며 “시카고 안무의 특징이 항상 손가락을 매니큐어 바를 때처럼 펴는 건데, 긴 팔과 손가락을 지닌 외국 배우의 팔 동작이 눈에 도드라졌다”고 말했다.

아이비도 “한국 배우들의 춤이 다소 각이 진 느낌이라면, 내한 팀들은 마치 발레를 보듯 유연했다”고 평했다.

“한국 공연에서는 배우들이 ‘죽을힘’을 다해 추는 경향이 있거든요. 근데 이번 팀은 어느 부분에선 상당히 절제하고, 어느 부분에선 폭발적으로 추는 등 강약을 조절하더군요.”

○ 영어 발음에 더 어울리는 ‘올 댓 재즈’와 애드리브

무엇보다 두 배우 모두 재즈풍의 ‘시카고’ 노래는 그 어떤 언어보다 영어로 들었을 때 최고의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최정원은 “벨마 역의 배우가 올 댓 재즈를 부를 때 영어 굴림소리로 늘려 부르며 애드리브로 고음을 내지르는데, 한마디로 음을 ‘갖고 논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한국어로 이 곡을 부를 때도 ‘올 댓 재즈’ 부분은 영어로 하지만 최대한 절제한 발음으로 불러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고 했다.

아이비는 “1막 마지막에 록시와 벨마가 듀엣곡 ‘마이 오운 베스트 프렌드(My Own Best Friend)’를 부르는데 두 배우가 고음에서 화음을 넣는 게 독특했다”며 “한국 라이선스 공연에선 브로드웨이에서 온 연출가가 애드리브를 허용하지 않아 한 번도 시도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공연은 8월 8일까지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4만∼14만 원. 02-577-1987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시카고#내한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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