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람 “저보고, 천생 무당 얼굴이래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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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문제적 인간 연산’ 재공연… ‘장녹수’ ‘폐비 윤씨’ 1인 2역 소리꾼 이자람

연극 ‘문제적 인간 연산’에서 녹수와 폐비 윤씨 1인 2역을 맡은 소리꾼 이자람. 그는 “정극 연기에서 여주인공을 맡은 건 처음”이라며 “적당히 똑똑하고 적당히 우아하며 적당히 천박한 ‘녹수’를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연극 ‘문제적 인간 연산’에서 녹수와 폐비 윤씨 1인 2역을 맡은 소리꾼 이자람. 그는 “정극 연기에서 여주인공을 맡은 건 처음”이라며 “적당히 똑똑하고 적당히 우아하며 적당히 천박한 ‘녹수’를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하하. 이자람 씨 이렇게 생겼어요? 천생 무당 얼굴이네. 내가 ‘문제적 인간 연산’이란 작품을 할 건데…. 녹수랑 폐비 윤씨 1인 2역 해볼 생각 없어요?”(연출가 이윤택 씨)

소리꾼 이자람(36)이 1995년 초연된 연극 ‘문제적 인간 연산’의 재공연에 ‘장녹수’ ‘폐비 윤씨’ 역을 동시에 맡는다. 2013년 연극 ‘당통의 죽음’에서 해설자인 ‘거리광대’로 출연한 적은 있지만, 그가 정통 연극의 주인공으로 무대에 오르는 건 처음이다. 게다가 7년 동안 사귄 남자친구 백석광(32)이 연산군으로 함께 나온다.

11일 서울 용산구 청파로 국립극단에서 만난 이자람은 “지난해 말 연극 ‘혜경궁 홍씨’에 백석광이 사도세자로 출연해 공연장을 찾았는데 작품 연출자인 이윤택 선생님이 대뜸 캐스팅을 제안했다”며 “며칠 뒤 사무실로 다시 부르시길래 별 고민 없이 오케이했다”고 말했다.

연극에서 녹수는 사실 무당의 역할을 한다. 녹수가 억울하게 죽은 폐비 윤씨의 혼을 내려 받는 것. 이를 계기로 연산군의 복수가 시작된다.

배우 백석광과 이자람은 7년간 연애 중인 연상연하 커플(위 사진). 연산과 녹수 역을 맡게 된 이들이 무대에서 상대역으로 호흡을 맞추는 건 처음이다. 국립극단 제공
배우 백석광과 이자람은 7년간 연애 중인 연상연하 커플(위 사진). 연산과 녹수 역을 맡게 된 이들이 무대에서 상대역으로 호흡을 맞추는 건 처음이다. 국립극단 제공
“사실 녹수는 서른이 넘은 나이에 노래를 잘 부른다는 이유로 기생이 되는데, 아주 예쁜 얼굴도 아니었대요. 음…. 그래서 저를 캐스팅하신 걸까요? 하하.”

‘문제적…’은 이 씨가 직접 대본을 썼고 초연 당시 제32회 동아연극상 희곡상을 탔다. 이번 공연은 2003년 재공연 이후 12년 만에 다시 관객 앞에 서는 자리다. 그는 이자람을 선택한 것에 대해 “소리꾼이지만 천생 연기파 배우”라며 “작품과 인물에 대한 해석력이 대단한 친구라 연출가와 배우의 관계라기보다는 예술적 파트너 같은 존재”라고 치켜세웠다.

이자람은 이번 공연에서 대사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노래를 만들고 음악감독을 맡았다. 1인 2역의 배우와 음악감독으로서 ‘슈퍼우먼’과 같은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하지만 연습 무대에서 백석광과 호흡을 맞출 때는 에너지를 뿜어냈다. 이자람은 지난해 연극 ‘추물·살인’에서 예술감독과 작창을 맡아 제51회 동아연극상에서 신개념연극상을 수상했을 때도 “살면서 꼭 받고 싶었던 상”이라고 밝혔을 만큼 연극에 애착이 상당하다. 그는 “소리꾼이지만 늘 연극을 동경해왔기 때문에 지금이 매우 즐겁다”며 웃었다.

이자람은 이번 작품에서 자신만의 도전 과제를 세웠다. 기존 ‘장녹수’ 캐릭터의 고정관념을 깨는 것. “제가 생각하는 녹수는 요염하지도 않고 교태가 넘치지도 않아요. 혼자 후줄근한 광목 한복을 두르고 선 생활력이 강한 여자라고나 할까요. 적당히 똑똑하고, 천박함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당당하게 여기는 녹수를 그려낼 겁니다.”

‘문제적…’은 배우들의 연기와 탄탄한 극본의 힘은 물론이고 이자람의 구성진 소리, 백석광의 춤사위를 덤으로 즐길 수 있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작품이다. 백석광도 2001년과 2004년 각각 동아무용콩쿠르 학생부 금상과 전체 대상을 받은 실력파. 자신의 전공인 한국무용의 맛을 살려 표현하는 광기 어린 폭군 연산의 움직임을 눈여겨볼 만하다. 다음 달 1일부터 26일까지 명동예술극장. 2만∼5만 원, 1644-2003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이자람#문제적 인간 연산#장녹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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