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전기 발상지 ‘전기등소’ 터 찾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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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영훈당 터 발굴 조사… 1887년 美에디슨 전기회사가 세워
아크등 탄소봉-유리 절연체도 출토

경복궁에서 발굴된 우리나라 최초의 전기발전소 터. 문화재청 제공
경복궁에서 발굴된 우리나라 최초의 전기발전소 터. 문화재청 제공
국립문화재연구소(소장 강순형)는 경복궁 흥복전 권역 중 영훈당이 있던 곳을 지난해부터 발굴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최초의 전기발전소이자 전기 발상지인 전기등소(電氣燈所) 터를 확인했다고 27일 밝혔다.

연구소는 이번 조사에서 발전 원료인 석탄을 보관하던 탄고와 발전소 터 등 1887년 우리나라 최초로 세워진 전기등소 흔적을 확인했다. 아크등(arc lamp)에 사용된 탄소봉, 연대(1870년)가 새겨진 유리 절연체도 출토됐다.

조선 왕실은 미국의 신문물을 시찰하고 온 보빙사(報聘使)의 건의에 따라 1884년 에디슨 전기회사와 전등 설비를 위한 계약을 맺고 1886년 11월 미국인 전등기사 매케이를 초빙해 이듬해 1월 우리나라 최초의 전기등소를 완공했다. 발전 규모는 16촉광(1촉광은 양초 1개 밝기)의 백열등 750개를 점등할 수 있는 정도였다. 1887년 1∼3월에 처음 점등됐으며 건청궁 내 장안당과 곤녕합의 대청과 앞뜰, 향원정 주변의 등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향원지에서 물을 끌어올려 발전을 한 까닭에 ‘물불’이라 불렸다. 불안정한 발전 시스템 탓에 건달꾼처럼 제멋대로 켜졌다 꺼졌다 해 ‘건달불’로 불리기도 했다.

연구소는 “백열전구가 아닌 아크등이 사용된 흔적이 확인돼 앞으로 우리나라 전기 발전사 연구에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전기등소#경복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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