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즉석 세금환급…일본의 한 발 앞선 서비스마케팅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4월 23일 05시 45분


지난 주말,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관광행사를 취재갔다가 대표적인 번화가 신사이바시를 갔다. 이곳부터 도톤보리까지 이어진 쇼핑 아케이드는 먹거리부터 잡화, 패션 등 다양한 품목의 상점이 있어 현지인은 물론이고 외국 관광객에게도 필수 방문 코스다.

아케이드 내 여러 상점마다 쇼핑에 열중하는 중국 관광객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그들의 인기 쇼핑 품목은 화장품과 의약품. 일본 전역에 체인이 있는 드럭스토어 ‘마츠모터 키요시’에는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듯 쇼핑바구니 가득히 각종 일반의약품을 산 중국 관광객들이 계산대 앞에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여기까지는 서울서도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그런데 ‘면세’라고 적힌 계산대의 직원이 중국 관광객에게 여권을 보여달라고 하더니, 그 자리에서 소비세 8%를 할인해 주는 것이 눈길을 끌었다. 세금환급(tax refund)을 구매 현장에서 해주는 것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나라는 세금환급을 하려면 공항 세관 창구에 물건을 산 영수증이나 증명서를 가져가 승인을 받은 뒤 이를 다시 별도의 창구에 가져가야 돈을 받는다. 절차도 복잡하고 오래 걸리는데다 영수증이나 증명서를 출국 때까지 보관해야 한다. 하지만 일본은 이런 번거로운 절차를 없애고 물건을 산 곳에서 바로 환급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비록 환급액이 우리 돈 몇 천원에 불과하다고 해도 마치 경품을 받은 것처럼 쇼핑의 재미를 느끼게 배려한 ‘감성소비’ 마케팅이다. 여기에 일본은 지난해 10월부터 면세대상이 아니던 일반의약품, 화장품, 식료품도 구매액 5001엔부터 소비세를 환급받도록 했다. 모두 한국이나 중국 관광객들이 좋아하는 쇼핑 품목이다.

오사카에서 만난 한국관광공사 지사 관계자는 “일본은 교통, 숙박, 음식점 등 뛰어난 관광인프라를 지니고도 그동안 내수시장에 비해 인바운드(해외에서 입국하는 여행객)에는 무심한 편이었는데, 요즘은 중국 같은 해외관광객 유치에 단단히 작심하고 나선 모습이다”고 걱정을 했다.

2017년 ‘외래관광객 2000만명’을 목표로 세운 우리는 일본의 이런 변화를 어떻게 봐야 할까.

김재범 전문기자 oldfie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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