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아프간전·외교전… ‘힘든 선택’의 나날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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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선택들/힐러리 로댐 클린턴 지음/김규태·이형욱 옮김/860쪽·2만9000원·김영사
대통령부인 힐러리가 아닌 국무장관으로서 겪은 일들 기록
행정가로서의 능력 부각 노력

2008년 6월 뉴햄프셔 주 유니티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함께한 힐러리 클린턴. 오바마는 대통령에 당선된 뒤 힐러리에게 국무장관직을 제안했다. ⓒChristopher Fitzgerald/CandidatePhotos/Newscom
2008년 6월 뉴햄프셔 주 유니티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함께한 힐러리 클린턴. 오바마는 대통령에 당선된 뒤 힐러리에게 국무장관직을 제안했다. ⓒChristopher Fitzgerald/CandidatePhotos/Newscom
“나는 패배했고 그는 승리한 터였다.” 힐러리 클린턴의 두 번째 자서전 쓰기는 여기에서 시작됐다. 2008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버락 오바마에게 패배한 뒤였다. 2003년 출간한 자서전 ‘살아있는 역사’에서 개인사와 대통령 부인으로서의 삶을 털어놨던 그이다. 2008년 오바마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뒤 뉴욕 주 상원의원으로 복귀하려던 힐러리 클린턴은 오바마로부터 국무장관직을 제안받는다. 뉴욕을 위해 일하고 싶었고 내각 일에는 큰 관심이 없던 그는 ‘힘든 선택’을 해야 했다.

‘힘든 선택들’은 국무장관직을 수락한 순간을 비롯해 힐러리가 장관으로 일하면서 겪었던 ‘힘든 선택들’을 적은 자서전이다.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쟁, 세계 금융위기, 이란과 북한의 위협, 중국과의 관계 맺기 등 국무장관 힐러리가 순간순간 마주하는 고민들은 그대로 세계사의 기록이다. 사적이 아닌 공적 선택이며, 그 선택이 많은 사람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더욱 힘들다. “과연 우리는 8년을 끌어온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병력을 증파해야 하는가? 만약 그렇게 한다면 얼마나 많이 보내야 하는가? (…)아프가니스탄의 미래에는 물론이고 우리의 남녀 장병들, 장병 가족들, 그리고 국가 안보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었다.”

8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이지만 책은 까다롭지 않다. 미국이 개입된 세계 각국의 현안들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힐러리의 고민이, 행정부의 딜레마가 읽혀지고 국가 간 얽히고설킨 이해관계가 드러난다. 탈레반과의 전쟁에 미군이 투입된 가운데 2010년 1월 미국이 탈레반 반군 일부와 화해를 시도한다는 소식이 알려진다. 일관성 없어 보이는 정책에 대해 힐러리는 정치적 노력 없이 군사적으로 파병만 한다면 성공할 가능성이 희박해진다는 것을, 하나를 주지 않고는 다른 하나를 얻을 수 없다는 ‘전략’을 밝힌다. 각국의 지도자들이 때로 대립하고 때로 포옹하는, 표면 아래의 복잡한 계산도 자서전을 통해 엿볼 수 있다. 활기차고 유쾌하고 신사적인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 동물들에 대한 애착이 지대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세계 지도자들의 알려지지 않은 모습이 흥미롭게 묘사된다.

한국 관련 의제들을 책에서 만나는 것도 반갑다. 힐러리는 천안함 피격이 일어났을 때 유엔 내 중국의 반응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인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의 공격을 규탄했지만 중국은 북한에 더 강경한 대응을 하지 못하도록 막았다”면서 “중국은 안정을 중시한다고 주장하지만 안정을 위협하는 (북한의) 공격을 용납하고 있었다”고 지적한다. 그는 2010년 비무장지대를 찾았을 때 극단적으로 다른 남북의 대비를 절감했던 것도 고백한다.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언급이 많지는 않다. 콩고민주공화국에서 강의할 때 ‘남편의 생각을 말해달라’는 질문을 받고 “국무장관은 남편이 아니라 접니다”라고 화를 냈다는 등 크지 않은 에피소드들이 소개됐다. 책의 대부분은 행정가로 치열하게 일했던 4년을 기록하는 데 집중됐다.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에 도전하겠다는 포부를 공식적으로 밝힌 그가 여성보다는 행정가로서의 업무 능력을 부각시키려는 노력으로도 읽힌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힘든 선택들#힐러리 클린턴#자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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