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감상적 뉘앙스+차분한 짜임새… 말과 글에 담은 27명의 작가 이야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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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읽어주는 시간/서정욱 지음/348쪽·1만6000원·RHK

“프랑스 파리 부유한 은행가 집안에서 태어난 에드가르 드가는 어려서부터 매우 차갑고 까다로운 성격이었습니다. 그가 싫어했던 것이 어린아이, 꽃, 강아지였다고 하니 대충 짐작이 됩니다. 또한 그는 노골적으로 여성을 혐오했습니다. 이런 말을 했다고 하죠. ‘여자들 수다를 들어주느니 차라리 양떼와 함께 있는 게 낫다.’”

책 본문에는 없는 문장이다. 드가에 대한 기술은 세 쪽뿐이다. 27명의 작가별로 나눈 각 장 첫 페이지에 QR코드를 실어 스마트폰을 통해 저자의 안내 영상을 볼 수 있게 했다. 글보다 말이 한결 더 풍성하고 차지다. 영상에 담은 이야기와 책에 수록한 텍스트의 중복을 피해 독자가 쳇바퀴를 헛돌리지 않도록 했다. 빈센트 반 고흐에 대한 영상 서두에는 돈 매클레인의 ‘빈센트’(1976년)를 배경음악으로 깔며 곡의 모티브가 된 ‘별이 빛나는 밤’(1889년)에 대해 이야기하는 식이다. 뉘앙스는 감상적이지만 단단한 팩트를 골격으로 삼은 설명이다. 억양이 묘하게 다소곳해 5분 이상 계속 듣고 앉아 있기에는 어쩐지 좀 부담스럽다. 상대적으로 건조하게 짜인 책이 균형을 잡아준다.

개별 작가에 대한 깊은 이야기를 싣기에 넉넉한 지면이 아니지만 겉핥기라 하기 어렵다. 그럴듯하게 뜬구름 잡듯 거들먹거리는 표현의 나열이 없어 수월히 읽힌다. 포괄적 요약을 욕심 내지 않고 몇몇 흥미로운 요소에 집중했다. “경계 너머의 역사적 서사, 시간의 실체와 실존, 시회 시스템의 구조…”처럼 최근 제도권 큐레이터들이 밥 먹듯 주워섬기는 공갈빵 닮은 조어(造語)도 눈에 걸리지 않는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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