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원스’의 싱어송라이터 가이 역으로 변신한 가수 윤도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윤도현 “이제 뮤지컬 배우라 말할 수 있어요”

《 뮤지컬 ‘원스’는 배우의 역량이 유독 도드라지는 작품이다. 시선을 잡는 화려한 무대세트 전환과 영상효과는 물론이고, 그 흔한 오케스트라도 없다. 그 대신 배우 12명이 노래와 연기, 악기 연주, 무대세트 이동을 도맡아 한다. 배우들 입장에선 일종의 ‘막노동 뮤지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반대로 뒤집어 보면 그 어떤 작품보다 관객들에게 배우의 힘을 있는 힘껏 보여줄 수 있는 최상의 뮤지컬이기도 하다. 남자 주인공 가이 역의 윤도현(42)이 “인생의 작품을 만났다”고 자부할 정도다. 》
뮤지컬 ‘원스’의 주인공 가이 역을 맡은 윤도현은 “소속 밴드인 YB의 연말 콘서트보다 원스에 더 몰두하고 있어 멤버들의 원성이 자자하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원스를 통해 뮤지컬의 참맛을 알게 됐다”고 했다. 신시컴퍼니 제공
뮤지컬 ‘원스’의 주인공 가이 역을 맡은 윤도현은 “소속 밴드인 YB의 연말 콘서트보다 원스에 더 몰두하고 있어 멤버들의 원성이 자자하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원스를 통해 뮤지컬의 참맛을 알게 됐다”고 했다. 신시컴퍼니 제공
최근 서울 광진구 자양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연습 초반만 해도 그 누구보다 불만이 가득했지만 본공연이 올라간 뒤에는 최고의 만족감을 느낀다”며 웃었다.

“제가 일정이 바빠 다른 뮤지컬을 할 때는 주로 비디오를 통해 연습 장면을 받아 보고, 개인 연습을 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근데 원스는 절대 사정을 봐주지 않더군요. 한 달 반 동안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칼’ 출근해서 단체 연습에 매달렸죠.”

그는 연습 회차가 늘어나면서 자신의 생각이 틀렸음을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원스는 배우들의 힘이 큰 작품이에요. 대강 연습하면 작품 자체를 망칠 수 있어요. 연습에 매달린 보람을 느끼게 해준 작품이에요.”

윤도현에게 원스는 숙제와 같은 작품이다. 출발부터 달랐다. 그동안 ‘광화문 연가’ ‘헤드윅’ 등 굵직한 뮤지컬 작품의 주역으로 활동했지만 배역을 따기 위해 오디션에 참여한 건 원스가 처음이었다. 그는 “이상하게 오디션을 보고 나니 더 욕심이 생기더라”며 웃었다.

그는 요즘 ‘가수 윤도현’을 버리고 원스의 가이로 거듭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아무래도 사람들에게는 기타 메고 노래 부르는 가수 윤도현의 모습이 익숙하죠. 그래서 제가 원스 무대에 기타를 메고 올랐을 때 가이가 아닌 윤도현 그 자체로만 보시진 않을까 고민이 많았어요. 제 자신으로부터 벗어나는 작업이 엄청난 숙제죠.”

노래 스타일에도 변화를 줬다. 그는 “20년간 저는 록발라드 음악을 해온 사람이다 보니, 인디뮤지션인 가이의 노래를 하기 위해 절제를 많이 한다”며 “음악적 스타일을 지우는 데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작품 속 가이는 아일랜드 출신의 무뚝뚝한 남성이다. 그래서 그는 공연 초반 최대한 무미건조하게 대사를 쳤다. “제가 SBS ‘정글의 법칙’에서 내레이션을 하잖아요. 처음에 공연을 본 사람들이 정글의 법칙이 생각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프리뷰 기간에 목소리 톤을 여러 번 변화시키며 최적의 톤을 찾아냈죠.”

그는 원스를 통해 많은 변화를 꾀하며 드디어 뮤지컬 배우 윤도현과 가수 윤도현의 경계를 분리할 수 있게 된 것이 최대 수확이라고 강조했다. “원스는 제게 운명적인 작품이에요. 이제야 뮤지컬 배우 윤도현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하하.”

공연은 내년 3월 29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6만∼12만 원. 02-577-1987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윤도현#원스#싱어송라이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