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혜정 “책 한권 분량 대사에 쩔쩔… 첫 공연 마치고 눈물 펑펑”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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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타’로 4년만에 연극무대 오른 배우 강혜정

‘리타’로 4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선 배우 강혜정은 “무대 공포증이 커 세 번째 연극 도전은 없을 것 같다”며 엄살을 피웠지만 관객의 호응에 누구 못지않게 잘 반응하는 배우다.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리타’로 4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선 배우 강혜정은 “무대 공포증이 커 세 번째 연극 도전은 없을 것 같다”며 엄살을 피웠지만 관객의 호응에 누구 못지않게 잘 반응하는 배우다.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4년 만에 ‘리타’로 연극 무대에 오른 강혜정(32)은 ‘나, 여배우야’라고 온몸으로 외치는 듯하다. TV 프로그램에서 만난 수수한 ‘하루 엄마’가 아닌 매력적이고 예쁘면서도 연기 잘하는 배우 ‘강혜정’으로서 오롯이 2시간 동안 극을 이끌어간다. 19일 서울 대학로에서 리타로 변신한 그를 만났다.

강혜정은 왜 연극 무대에 서게 됐냐는 질문에 “사실 무대 공포증이 있는 제가 연극에 다시 도전한 건 더블 캐스팅된 배우 공효진 언니의 제안 때문”이라며 밝게 웃었다.

“영화에선 효진 언니와 제가 한 작품에 같이 캐스팅될 일이 거의 없잖아요. 절친하지만 다른 캐릭터의 효진 언니랑 작품을 공유한다는 건 참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공연계에서 같은 역에 더블 캐스팅된 배우 간 묘한 신경전은 술자리 후일담으로 자주 등장한다. 그런데, 그와 공효진은 달라 보였다.

연극 ‘리타’는 2인극이다. 주부 미용사 리타가 뒤늦게 배움에 대한 열망을 가지고 평생교육원에 입학한다. 거기서 권태로운 삶에 빠져 있던 프랭크 교수(전무송 황재헌 더블 캐스팅)를 만난다. 사제 관계인 두 주인공이 서로를 변화시켜 간다.

2시간 내내 리타와 프랭크 역의 두 배우만이 대사를 주고받다 보니 대사량이 엄청나다. “첫 공연 때 사선에 올라선 기분이었어요. 리타의 대사량이 거의 책 한 권 정도거든요. 그날 공연 끝나고 펑펑 울었어요. 사고 없이 무사히 끝냈다는 안도감과 함께 그동안 엄청난 대사를 암기하느라 고생한 설움이 터졌죠. 하하.”

리타를 연기하는 강혜정은 카멜레온 같다. 1막 초반에는 리타 특유의 천진난만함과 함께 시쳇말로 ‘싼 티’ 나는 모습이 그럴싸하다. 2막에 들어서면 프랭크의 지식을 스펀지처럼 머릿속으로 흡수하며 누구보다 성숙해진 모습을 보인다. 2막 후반부에서 프랭크와 벌이는 갈등 장면에서는 강혜정 특유의 연기력이 드러났다.

‘리타’를 통해 강혜정이 얻은 가장 큰 수확은 무엇일까. 그는 주저 없이 ‘관객’을 꼽았다. “저는 관객의 호응에 영향을 많이 받는 배우인 거 같아요. 한번은 중년 부부와 자녀들이 내내 미소 지으며 관람하는 모습을 보며 얼마나 힘이 났는지 몰라요. 관객과 얼굴을 마주보며 연기하는 연극의 매력이 새롭게 다가왔어요.”

2월 1일까지 서울 대학로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 3만∼6만 원. 02-3672-0900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리타#강혜정#무대 공포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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