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족 출신 故김정호 작가 유작소설 ‘동방 명장 고선지’ 나와
2년전 책 출간 준비중 불의의 사고
아내가 1인 출판사 차려 직접 펴내
5월엔 큰아들도 사고로 잃는 아픔
고 김정호 작가
고구려 후예이자 당나라 명장인 고선지(高仙芝·?∼755) 장군에 대한 소설 집필에 열정을 바치던 남편의 죽음, 남편의 뜻을 이어받기 위해 직접 1인 출판사를 차려 출간을 준비하다가 당한 큰아들의 죽음. 김수안 도서출판 미르 대표(51)는 최근 출간한 소설 ‘동방 명장 고선지’(전 3권)를 받아들고 남편과 아들을 차례로 잃은 아픔이 되살아나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동방 명장 고선지’는 2년 전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김 대표의 남편이자 중국 지린 성 출신 귀화 작가인 김정호 씨의 유작이다.
소설은 고선지 장군이 서역 정벌 임무를 맡아 6000m 설산을 넘고 적은 병력으로 상대의 대군을 압도해 동로마, 지중해까지 진출하는 과정을 숨 가쁘게 펼쳐낸다.
김 작가는 5년간 전쟁 지역을 답사하고 수백 건의 관련 문헌을 조사했다. 그는 고선지뿐만 아니라 당나라 황제, 이백, 두보, 혜초 같은 역사적 인물 150여 명을 등장시키고 당시 무예 병기 복장 외모 풍습까지 상세히 묘사했다.
1949년생인 김 작가는 1980년 중국 문단에 등단했으며 2006년 한국으로 귀화했다. 이후 소설과 시를 쓰면서 고은 ‘만인보’ 등 한국 시를 중국어로 번역하는 등 한국 문학 소개에 힘썼다. 그는 2008년 국내 한 출판사로부터 중국에서 출간된 고선지 관련 책 번역을 제안 받았다가 “부실한 내용이 소개되면 한국인들이 고선지의 업적을 잘못 알게 된다”며 거절하고 직접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나 김 작가는 2012년 원고지 5000여 장 분량으로 소설을 완성해 출간 준비를 하다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아내는 출판사를 차려 직접 출간에 나섰고 올해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출판기획안으로 선정돼 출판 경비를 마련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결혼을 앞둔 큰아들이 올 5월 경기 고양종합터미널 화재사고로 숨지는 아픔을 겪었다.
김 대표는 “생전 남편이 몇십억 원을 줘도 바꿀 수 없다고 한 소설인 만큼 힘들어도 꼭 출간하고 싶었다”며 “세상에 나오게 돼 그저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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