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통신사 연구하는 한의사 함정식씨
사절단 속 의원들이 침뜸 등 전파… 日 ‘동의보감’ 발행에 결정적 역할
함정식 원장은 서울 동작구에 자리잡은 한의원 내부를 조선통신사 행렬도가 그려진 벽지로 꾸밀 만큼 조선통신사에 매료됐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조선통신사는 일본에 정치 문학 예술뿐만 아니라 한의학도 전파했습니다. 일본 의학의 발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죠.”
함정식 청솔한의원 원장(45)은 조선통신사를 연구하는 한의사다. 조선통신사는 에도 막부의 요청으로 1607년부터 200여 년간 12회에 걸쳐 일본으로 파견된 외교사절이다.
그는 경희대에서 의학의 역사를 강의하다 조선통신사에 눈을 떴다. 특히 2006년 조선통신사 여정을 따라가는 일본 여행에 참가한 그는 큰 충격을 받았다. “일본은 박물관, 기념비를 만드는 등 조선통신사를 문화 콘텐츠로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었습니다. 조선통신사의 방문을 일본에 조공을 바치는 의미로 여기는 것에 놀라기도 했고요. 제 전공인 한의학 분야라도 제대로 알아내겠다고 마음먹었죠.”
함 원장에 따르면 1682년 7차 사행 때부터 사절단에 본격적으로 의원이 포함됐다. “조선의 침뜸 의학은 동아시아에서 매우 높은 수준이었습니다. 조선통신사가 도착하면 일본 전역에서 의원들이 몰려들어 일종의 서류면접을 통과해야만 조선 의원을 만날 수 있었어요. 조선의 일급 기밀에 속하던 인삼 재배법을 알아내려고 ‘스무고개’ 하듯 일본 의원들이 질문을 하기도 했고요.”
조선통신사로 인해 일본 의학이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일본판 ‘동의보감’을 발행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현재 한국과 일본은 조선통신사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는 방안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 자료가 별로 없어 일본 자료를 복사해서 연구하고 있어요. 필담으로 나눈 대화록을 읽다 보면 의원들의 숨결이 느껴지는 것 같아 전율이 일어요. 연구하면 할수록 조선통신사는 풍요롭고 위대한 문화유산이라는 확신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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