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콩가루 집안이 찰떡처럼 뭉치기까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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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눈물 위를 달린다/팀 보울러 지음·양혜진 옮김/284쪽·1만2800원·놀

주인공인 15세 소년 지니는 가족에게 주먹을 휘두르는 알코올 의존증 환자 아버지와 내연남을 집안까지 끌어들이는 어머니 아래서 컸다. 어른이 자리를 비운 집에는 집주인만 밀린 월세를 받으러 찾아온다. 지니도 썩 착하지 않다. 아버지를 ‘등신’ 취급하고 학교는 빼먹기 일쑤다. 더 잘게 부서질 것도 없는 콩가루 가족이 범죄 조직의 음모에 휘말리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범죄 조직은 부모를 볼모로 밤마다 지니에게 정체 모를 꾸러미를 배달시킨다.

소설은 부모를 살리기 위해 죽자 살자 달리는 주인공 1인칭 화법으로 전개된다. 째깍째깍 초시계처럼 짧은 문장들이 힘차게 앞으로 치고 나간다. 장르소설 특유의 긴박감, 긴장감, 빠른 호흡을 제대로 살렸다. 10대가 주인공인 점만 빼면, 15세 소녀가 죽음을 앞둔 할아버지와 떠나는 서정적이고 섬세한 성장소설 ‘리버보이’의 그 작가가 맞나 싶다.

질주하던 소설은 결말을 앞두고 숨 고르기에 들어간다. 여기서 작가의 내공이 십분 발휘된다. 콩가루 집안이 찰떡처럼 뭉쳐 가는 결말 부분은 사건이 해결됐다는 안도감과 함께 가족간 유대를 다져줄 쿨한 교훈도 던져준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니 장르소설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원제 ‘나이트 러너(Night Runner)’를 한국 출판사가 살짝 오글거리는 제목으로 바꾼 이유가 납득이 간다.

10대는 부모를 살리기 위해 어둡고 음산한 골목길을 내달려야 하는 또래의 절박함에 더 공감할 것 같다. 그 세대가 부모에게 느끼는 애증의 감정도 저자는 잘 포착했다. “나는 달리면서 운다. … 온통 엄마 얼굴이 떠올라 머릿속이 터져 버릴 것 같다. 아빠 얼굴도.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150쪽)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소년은 눈물 위를 달린다#가족#범죄 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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