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유명 사회학자인 저자는 2012년 6월∼2013년 6월 미국에 머무르면서 존 록펠러, 조지 소로스, 빌 게이츠, 워런 버핏으로 이어지는 기부 문화를 취재했다. 그리고 결론 내린다. “미국에서 기부는 하나의 문화다.”
2012년 유대인 스티븐 슈워츠먼은 뉴욕 맨해튼 중앙도서관에 1억 달러(약 1072억 원)를 기부했다. 블랙스톤 투자기금 설립자인 슈워츠먼은 60억 달러의 재산을 보유해 포브스지 선정 미국 재력가 서열 53위에 올랐던 인물. 그는 1억 달러 이상을 보유한 미국의 슈퍼 리치의 97%를 차지하는 자수성가한 기업가 중 하나다.
과연 슈워츠먼의 기부행위가 진정성 넘치는 것일까, 타인의 평판을 의식한 건 아닐까. 저자는 동기는 중요하지 않다고 단언한다. 어떻게 돈을 벌었건 그것을 사회로 환원해 많은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슈퍼 리치의 기부문화를 조세 감면 혜택에서 찾는 이도 있다. 저자는 이들이 용서받기 위해 베푼다고 봤다. 오늘날 미국 최상위 부호 집안의 0.08%가 전체 기부 규모의 22%를 차지한다. “이러한 자발적 기부가 슈퍼 리치에 대한 호감도를 높여주지는 않더라도 이들의 존재를 참아줄 만한 것으로 만들어준다.”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한국에는 나눔 정신을 중시하고 가족과 가문, 지역과 국가를 위해 시간과 돈을 내놓고 헌신하는 문화가 살아 있다’고 적었다. 하지만 한국의 기부문화가 미국과 달리 개인 차원이 아니라 기업체 차원에서, 즉 임자 없는 돈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간과했다. 그래서 더욱 “기부, 그것은 새로운 발상”이라는 맨 마지막 문장을 곱씹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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