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나를 찾아서]빛나는 이름, Don Maximiano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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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가의 와인을 말하다 <1>

돈 막시미아노 에라주리스와 그의 이름을 딴 와인.
돈 막시미아노 에라주리스와 그의 이름을 딴 와인.
와인의 이름에서 사람을 발견할 때가 있다. 돈 막시미아노도 바로 그런 와인이다. 그는 어떤 연유로 부드럽고 진하지만 지나치지 않고 세련된 맛의 와인 이름으로 남았을까?

돈 막시미아노 에라주리스(1832-1890)는 19세기의 인물이다. 칠레 최고의 가문에서 태어나 최고의 부자로 살았던 사람이다. 젊은 날에는 구리 광산업에 투신하고, 가스 회사를 설립하여 산티아고 시에 빛을 밝혔으며 정계에서도 주요 인사였다. 막시미아노 에라주리스가 그 이름을 전 세계에 남기게 된 것은 그의 인생에서 마지막 20년의 시간을 투자한 와인 때문이다. 프랑스 이민자들과 칠레 1세대의 와인 생산자들이 보르도와 유사한 토양인 산티아고 부근의 마이포 밸리에 집중하고 있을 때, 막시미아노 에라주리스는 어느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았던 새로운 지역을 찾아 나섰고 산티아고 북쪽으로 100km 떨어진 아콩카과 밸리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았다. 그는 칠레의 와인 생산자로서는 처음으로 보르도를 방문한 이후 보르도에서 직접 선정해 들여온 최고의 포도 묘목으로 아콩카과 밸리에 포도밭을 조성했다. 이후 5대에 걸친 오늘날의 아콩카과 밸리는 세계적인 와인 생산지로 인정받고 있다.

에두아르도 채드윅 회장(위쪽)과 그가 기획한 베를린 와인 테이스팅 장면.
에두아르도 채드윅 회장(위쪽)과 그가 기획한 베를린 와인 테이스팅 장면.
돈 막시미아노가 와인의 이름으로 탄생하게 된 것은 5대손인 에두아르도 채드윅에 의해서다. 1983년 가업을 계승한 후, 보르도로 유학하여 현대 와인 양조학의 아버지인 에밀 페이노 교수 밑에서 수학했다. 보르도 특급 와인의 세계를 접한 후 칠레 와인의 우수성을 증명할 아이콘 와인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됐고 1990년 그 첫 작품을 5대조 할아버지에게 바친 것이 바로 ‘돈 막시미아노 파운더스 리저브’이다. 걸출한 와인을 만들었으나 세계 와인 업계에서 인정을 받는 일은 요원했다. 칠레에서 고급 와인이 나올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 누구도 인정하지 않던 시대였다.

1997년 첫 빈티지를 선보인 프랑스와 칠레의 합작 와인 알마비바가 프랑스의 와인 명가 바롱 필리프 드 로칠드의 명성과 영업망을 통해 하루아침에 세계시장에서 주목받는 신데렐라 와인으로 떠오른 이후 세나, 비네도 채드윅, 라 쿰브레, 카이와 같은 아이콘 와인을 지속적으로 출시해 칠레 와인의 고급화를 이끌었던 채드윅 회장은 2004년 획기적인 행사를 기획하였다. 에라주리스의 아이콘 와인들과 보르도 1등급 와인, 이탈리아의 슈퍼 토스카나 와인을 블라인드 테이스팅 하는 ‘베를린 와인 테이스팅’이 바로 그것이었다.

2004년부터 2013년까지 10년 동안 유럽, 아메리카, 아시아 등 17개국에서 개최된 ‘베를린 와인 테이스팅’에서 에라주리스의 와인들은 무려 9번이나 보르도 1등급 와인들을 물리치고 1등에 올랐다. 그중에서도 5번의 영광은 돈 막시미아노에게 돌아갔다. 돈 막시미아노는 안데스 산맥의 눈 녹은 물이 키운 포도나무로부터 나온다. 안데스 산맥의 가장 높은 봉우리이자, 가장 높은 산인 아콩카과 산자락, 에라주리스사가 소유한 포도밭 중에서도 최고의 토양에서 돈 막시미아노가 생산된다.

채드윅 회장의 용감하고도 혁신적인 시도를 통해 에라주리스사는 칠레 와인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게 되었으며, 창립자 돈 막시미아노의 이름은 와인의 전설로 남게 되었다. 에라주리스사는 4명의 대통령과 부인을 배출한 정치, 경제, 사회, 외교 등 각 분야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명문 가문이지만 세계인들은 와인 명가로 더 많이 기억한다.

김영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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