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아이들이 만들어가는 ‘우리 놀이터’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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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비밀 놀이터
벌리 도허티 지음·로빈 벨 코필드 그림·김지은 옮김/30쪽·1만1000원·문학과지성사

문학과지성사 제공
문학과지성사 제공
맑고 담담한 그림이 눈길을 끕니다. 세 아이와 개 한 마리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해 보입니다. 이 세 아이는 친구일까요? 형제일까요? 확실하지는 않지만 이들이 같은 또래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개를 쳐다보는 아이들의 눈길이 따듯합니다. 친구와 동물, 이 두 가지는 아이들을 즐겁게 만드는 마법 같은 단어입니다. 따스한 기운으로 표지를 펼치게 됩니다.

아이들과 개는 식탁 밑에 모여 있습니다. 긴 식탁보 덕에 비밀 아지트가 됩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너도나도 발을 들이미는 식탁 밑 말고 새로운 비밀 공간을 만들고 싶어 합니다. 그래야 피에로도 신나게 뛰어놀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피에로는 떠돌이 개였습니다. 세 아이 중 한 명이 구해 줘서 ‘우리 피에로’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고민이 생깁니다. 개를 키우기 위해 드는 최소한의 등록비를 스스로 마련해야 합니다. 이리저리 생각을 해 봐도 뾰족한 방법이 없습니다. 아이들 입에서 아이다운 푸념이 나옵니다. ‘이럴 때 요정 아줌마라도 나왔으면 좋겠다!’라고 말입니다.

아이들에게 들판 한가운데 비밀 놀이터가 생겼습니다. 어떤 아줌마가 가르쳐 주었다고 하네요. 아이들에게 피에로의 등록비를 마련할 방법이 생겼습니다. 어떤 아줌마가 특별상을 준다고 하네요. 모든 것이 잘 해결되고 비밀 놀이터에 아이들과 피에로가 앉아 있습니다. 어떤 아줌마와 함께입니다. 이 아줌마, 정말 요정일까요?

“어린이 문학이란 ‘태어나길 정말 잘했다’ 하고 아이들에게 응원을 보내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 딱 어울립니다. 뛰어놀 공간이 있고, 함께할 친구가 있고, 돌보아 줄 동물이 있고, 응원하는 어른이 있습니다. 그곳에 아이들은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 갑니다. 그들만의 규칙과 질서를 만들어 보기를 반복합니다. 요정이라는 든든한 조력자에 힘입어 조금씩 정신적인 공간을 넓혀 가겠죠. 책의 마지막에 “이젠 너희들의 놀이터”라는 아줌마의 말이 의미심장합니다.

김혜원 어린이도서평론가
#우리들의 비밀 놀이터#비밀 아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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