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 불편하다면 작가 의도가 잘 통한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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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 커 ‘Anomalies(기형)’전

‘초식 사자와 미끄러운 물고기.’ 국제갤러리 제공
‘초식 사자와 미끄러운 물고기.’ 국제갤러리 제공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오른편으로 복닥복닥 뭉뚱그려 세워 놓은 석고 인형들이 보인다. 풀어헤친 장삼 사이로 배를 불룩 내밀고 주저앉은 승려, 피리 부는 힌두교 성직자, 대리석 기둥에 몸을 비스듬히 기댄 고대 그리스 영웅…. 뒤죽박죽이다. 제목은 ‘초식 사자와 미끄러운 물고기’. 전시 타이틀 ‘Anomalies(기형)’에 어울리는 첫 작품이다.

10월 5일까지 서울 삼청동 국제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여는 바티 커(44)는 영국에서 태어나 자란 인도계 작가다. 그는 “작품의 이미지와 제목이 불편하다면 의도가 잘 통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에서 교육받았지만 늘 부모의 고향인 인도에 시선을 두고 있는 그는 여성성, 신화, 가족제도의 모순에 대한 고민을 조각이나 회화, 설치작품에 반영해 왔다.

조각상 ‘구름 걷기’는 나체 여성이 인도 전통의상인 사리 한 장만을 두른 채 한 다리를 들어 그 사리를 넘어가려 하는 모습을 표현했다. 신체의 연약한 부분을 고스란히 드러낸 채 모순 가득한 상황을 뛰어넘어가야 하는 현대 여성의 처지를 형상화했다는 설명이다. 인도 여성이 이마에 붙이는 ‘빈디’를 재료로 한 회화 연작도 같은 고민의 연장선상에 놓인 작품이다. 02-735-8449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Anomalies#바티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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