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꿈의 휴식처, it 호텔은 어디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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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tyle이 전문가와 뽑은 ‘세계의 파라다이스 호텔들’

동남아시아의 계단식 논을 닮은 수영장에 누워 푸른 하늘을 바라보는 느낌.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리조트를 찾아 떠나는 이유다. 사진은 발리 우붓 지역의 행잉 가든. 오리엔트 익스프레스 제공
동남아시아의 계단식 논을 닮은 수영장에 누워 푸른 하늘을 바라보는 느낌.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리조트를 찾아 떠나는 이유다. 사진은 발리 우붓 지역의 행잉 가든. 오리엔트 익스프레스 제공

뉴올리언스의 조용한 백화점에서 주방기구를 팔던 조지아. 어느 날 병원에서 3주밖에 살지 못한다는 진단을 받는다. 그녀는 조용히 집으로 돌아와 ‘가능성(Possibilities)’이라고 적힌 앨범을 편다. 꿈을 차곡차곡 모아둔 앨범 속에는 화려한 호텔 사진이 한 장 있다. 유명한 디디에 셰프의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체코의 고급 호텔 ‘그랜드호텔 푸프’.

전 재산을 현금으로 바꾼 조지아는 1등석 비행기를 타고 떠난다. 푸프 호텔이 있는 체코의 카를로비바리로! 영화 ‘라스트 홀리데이’는 이렇게 꿈의 호텔에 도착해서 실제 자신의 꿈을 찾은 조지아의 이야기를 펼쳐낸다.

오 헨리의 단편 소설 ‘낙원에 들른 손님’에는 뼈 빠지게 돈을 모아 고급 호텔로 휴가 온 남녀가 상류층 행세를 하다 결국에는 서로의 진실을 고백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처럼 낯선 휴양지의 고급 호텔은 영화와 소설의 단골 소재다. 현실의 나를 잊을 수 있는 꿈의 공간으로 여겨지기 때문 아닐까.

A style은 꿈의 공간을 찾고 싶은 독자들을 위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물어 세계 각지의 ‘파라다이스’를 찾아봤다. 언젠가 한 번쯤은 가고 싶은 그런 곳이다.
   
▼‘인피니티 풀’ 갖춘 고급리조트 휴가, 여행객의 로망으로▼

태국 코사무이의 친환경 리조트 식스센스 하이드어웨이의 풀장, 57층 수영장에서 보이는 빌딩 숲이 장관인 싱가포르의 마리나베이샌즈 호텔. 섬세한 서비스로 발리 최고의 리조트 명성을 잇고 있는 발리 세인트레지스(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휴트래블 제공
태국 코사무이의 친환경 리조트 식스센스 하이드어웨이의 풀장, 57층 수영장에서 보이는 빌딩 숲이 장관인 싱가포르의 마리나베이샌즈 호텔. 섬세한 서비스로 발리 최고의 리조트 명성을 잇고 있는 발리 세인트레지스(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휴트래블 제공

인피니티 풀
(바다와 이어진 것 같은 풀장)을 찾아서

깎아지른 듯한 벼랑 끝에 아슬아슬하게 설치된 수영장, 수영장과 연결돼 있는 것처럼 보이는 무한한 바다…. 수영장과 바다가 이어진 것 같은 착시 효과를 주는 ‘인피니티 풀’이 최근 고급 리조트의 대세다. 벼랑 끝 수영장도 인피니티 풀로 통칭한다. 리조트를 화려하게 짓는 것보다 주변 자연과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트렌드를 반영한 결과다.

특히 동남아시아는 고급 리조트 건설의 격전지다. 처음에는 신혼여행객들이 주 고객이었지만 요즘에는 젊은 연인, 부부, 가족들이 ‘파라다이스’를 찾아온다.

여행컨설팅업체 휴트래블 마연희 대표는 “예전에는 어떻게든 해외여행을 하는 게 중요했다면 최근에는 어떤 리조트에 가서 잘 쉴지에 주목하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마 대표와 여행 전문가들의 조언으로 인피니티 풀이 아름다운 아시아 지역의 호텔을 꼽아봤다.

▽우붓 행잉 가든=
수영장이 거대한 밀림 속에 말 그대로 ‘걸려 있는(행잉·hanging)’ 호텔이다. 풀장에 누워 밀림과 하나가 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힐링 리조트. 인도네시아 발리 우붓에 위치한 이 리조트는 21개국에 40여 개의 독특한 부티크 호텔을 보유하고 있는 오리엔트 익스프레스사가 2005년 오픈했다. 발리 섬 중앙에 위치한 우붓은 누사두아, 짐바란 등 기존 인기 관광지에 식상해진 사람들이 힐링을 위해 찾아오는 예술가들의 거리다.

▽코사무이 식스센스 하이드어웨이=
태국 코사무이(사무이 섬)는 2000년대 중반부터 신혼여행객이 몰렸고, 최근에는 조용한 휴양지를 찾는 이들이 많다. 호주 식스센스 그룹이 만든 이곳은 잔잔한 인피니티 풀을 자랑한다. 화려한 것보다 친환경적인 분위기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알맞다.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2년밖에 안 된 신생 호텔이지만 빌딩 숲으로 떨어질 것 같은 57층에 위치한 인피니티 풀 덕분에 너무나 유명해진 호텔. 비슷한 시기에 오픈한 홍콩의 리츠칼턴호텔 수영장도 118층에 위치해 화제를 모았지만 마리나베이샌즈의 인기를 따라가긴 역부족일 듯. 아무리 높아도 실내 수영장이 따라올 수 없는 마리나베이샌즈 수영장의 압도적인 경관 때문이다.

▽발리 세인트레지스=
이곳에 인피니티 풀은 없다. 관광객이 많은 발리의 누사두아에 위치해 있는 것도 식상해 보일 수 있다. 그럼에도 발리 마니아들이 세인트레지스를 언제나 1위에 두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고 한다. 휴트래블 마 대표는 “시설을 뛰어넘는 세심한 서비스 덕분”이라고 말했다.
VIP를 위한 유럽 호텔

유럽의 오랜 패션 및 뷰티 회사들은 귀빈을 본사로 맞이할 때 숙소로 그 지역의 대표 호텔을 세심하게 선정한다. 브랜드의 뿌리가 되는 지역의 문화와 헤리티지를 경험할 수 있는 곳으로 VIP 고객과 셀러브리티 등을 초청하는 것.

그래서 많고 많은 유럽의 고급 호텔들 중 글로벌 패션 및 뷰티 회사로부터 호텔을 추천 받았다. 지역 특유의 분위기를 음미할 수 있는 곳이다.

디자이너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가 디자인에 참여한 영국 런던 클래리지스
호텔의 ‘더 그랜드피아노 스위트’. 클래리지스 제공
디자이너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가 디자인에 참여한 영국 런던 클래리지스 호텔의 ‘더 그랜드피아노 스위트’. 클래리지스 제공
▽영국 런던 클래리지스 호텔=1812년부터 영국 런던 메이페어 지역을 지켜온 고급 호텔. 영국의 대표 브랜드 버버리는 귀빈을 맞이할 때마다 클래리지스를 이용한다. 버버리 관계자는 “영국의 헤리티지를 느낄 수 있는 곳을 택해야 하기 때문에 클래리지스를 찾는 것”이라며 “영국 여왕과 귀족들뿐 아니라 유명한 배우들이 영국에 오면 반드시 찾는 대표적인 호텔”이라고 말했다. 이곳은 그레이스 켈리의 단골 호텔이기도 했다.

오래된 호텔이지만 보수를 거쳐 지금은 글래머러스한 화려한 인테리어를 경험할 수 있다. ‘더 그랜드 피아노 스위트’는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가 디자인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대리석 벽난로가 대표하는 전통과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 특유의 패턴이 들어간 커튼과 소파가 어우러져 독특한 느낌을 만들어 낸다.

굳이 묵지 않아도 고든 램지의 레스토랑을 찾는 사람들과 영국의 전통 애프터눈 티를 맛보려는 사람들로 늘 붐빈다.

1862년 프랑스 남부 마노스크 인근에 지어진 수도원을 개조해 2008년 문을 연 쿠방 데 미님 호텔. 인상파 화가의 그림 같은 풍경 속에서 한적한 프로방스를 즐길 수 있다. 록시땅 제공. 호주 킴벌리 지역의 거친 붉은 지대 위에 지어진 럭셔리 리조트 버클리 리버 로지 전경. 거친 풍경을 보며 하루종일 게으른 하루를 보내기 좋다. 서호주관광청 제공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1862년 프랑스 남부 마노스크 인근에 지어진 수도원을 개조해 2008년 문을 연 쿠방 데 미님 호텔. 인상파 화가의 그림 같은 풍경 속에서 한적한 프로방스를 즐길 수 있다. 록시땅 제공. 호주 킴벌리 지역의 거친 붉은 지대 위에 지어진 럭셔리 리조트 버클리 리버 로지 전경. 거친 풍경을 보며 하루종일 게으른 하루를 보내기 좋다. 서호주관광청 제공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프랑스 마노스크 쿠방 데 미님 호텔=프랑스 남부 프로방스의 마노스크 근처에 자리 잡은 호텔. 프로방스 지역의 식물로 제품을 만드는 화장품 기업 록시땅이 운영하는 조용한 호텔이다. 록시땅 본사와 가까워 귀빈들이 오면 이곳에서 묵고 간다.

이 호텔은 원래 1862년에 지어진 수도원이었다. 록시땅이 자사 브랜드의 원천인 프로방스에 첫 스파를 열고 싶어 장소를 찾다 이 수도원을 발견한 것. 300년 된 하얀 돌벽과 종탑, 라벤더가 가득 피어 있는 들판, 올리브 과수원, 그리고 꽃이 만발한 아몬드나무 숲이 어우러진 풍경을 본 록시땅은 이곳을 호텔로 개조하기로 했다.

2008년 문을 연 쿠방 데 미님 호텔은 46개의 객실을 갖춘 호텔과 스파, 레스토랑으로 다시 태어났다. 전용 테라스에서 일광욕을 즐기며 프로방스의 풍경을 누리고, 호텔에서 빈티지 와인을 맛보면서 더위를 식힐 수도 있다.

이색적인 모험을 즐기다


거친 풍경과 이색적인 모험을 즐기는 이들이라면 색다른 여행지를 살펴보는 게 좋다. 서호주관광청과 컨시어지 서비스 업체 ‘어스파이어 라이프스타일’로부터 추천을 받은 호텔들은 생소하지만 한 번쯤은 꼭 가볼 만한 이국적인 풍경을 자랑한다. 서호주관광청 관계자는 “건기인 지금이 사륜구동 자동차를 타고 서호주 아웃백의 거친 풍경을 누비기 가장 좋은 때”라며 “아웃백에서는 고생만 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독특하면서도 럭셔리한 경험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호주 킴벌리 버클리 리버 로지=
호주 서북부에 있는 킴벌리 지역은 아웃백을 대표하는 곳이다. 붉은색 토지, 포장되지 않은 도로들에 야생 악어 표지판이 곳곳에 세워져 있는 곳, 책에서만 봤던 바오바브나무들이 지천에 깔려있는 곳이 킴벌리이다. 수만 개의 벌집 모양 바위들이 신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벙글벙글(Bungle Bungle)’은 올해 발견 30주년을 맞이했을 정도로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곳이다. 니콜 키드먼이 주연한 영화 ‘오스트레일리아’가 이곳에서 촬영됐고, 우리나라에서는 TV 프로그램 ‘남자의 자격’을 통해 처음 소개됐다.

이 지역에 최근 지어진 럭셔리 리조트 버클리 리버 로지는 ‘아웃백의 럭셔리’를 모토로 하는 곳이다. 자동차는 접근 불가. 경비행기나 배를 타고 가야 한다. 티모르 해와 버클리 강을 모두 끼고 있어 바다에서 일출을, 강에서는 석양을 바라볼 수 있다. 전용 해변을 이용하고, 배를 타고 강을 따라 협곡을 감상하다가 폭포가 있는 곳에서 수영을 하거나 낚시를 하며 호주의 유명한 ‘바라문디’도 잡아볼 수 있다. 이곳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바로 ‘별자리 투어’다.

케냐 나이로비의 지라프 매너 호텔. 기린들이 숙박객과 어울려 지낸다.
지라프 매너 호텔 홈페이지 캡처
케냐 나이로비의 지라프 매너 호텔. 기린들이 숙박객과 어울려 지낸다. 지라프 매너 호텔 홈페이지 캡처
▽케냐 지라프 매너 호텔=아침에 일어나 2층 창문을 바라보다 목을 쭉 내밀고 있는 기린과 눈이 마주치는 곳. 기린과 아침식사를 함께 나누는 곳. 동화 속 나라에서나 가능할 일이 케냐 나이로비의 지라프 매너 호텔에서는 가능하다.

이 호텔은 1930년대 유럽 식민지 시대 귀족이 살던 저택을 호텔로 개조해 문을 열었다. 8마리의 기린이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숙박객들이 주는 과자를 먹고, 아침마다 식당 창문으로 고개를 들이밀어 아침을 먹는다.

김현수·김현진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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