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교향악단 새 선장, 호감도 레비 vs 완성도 바컬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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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사회, 6월 상임지휘자 결정

KBS교향악단 상임지휘자 선출을 위한 후보 3명의 연주가 15일로 모두 끝났다. 지난해 9월 재단법인으로 독립한 KBS교향악단의 새 선장은 이달 30일 이사회를 거쳐 결정된다.

후보 3명은 올해 1월 외부 인사 5명과 KBS교향악단 단원 2명으로 꾸려진 상임지휘자 추천위원회에 의해 압축됐다. 이란 출신의 알렉산데르 라흐바리(65)가 3월 22일 정기연주회를 이끌었고, 이달 10일 네덜란드 태생의 케이스 바컬스(68)에 이어 15일 유대계 지휘자 요엘 레비(63)가 지휘봉을 잡았다. 박인건 KBS교향악단 사장은 “지휘자별로 외부 여론과 단원들 의견을 취합하는 한편 각각의 계약조건을 검토해 종합적인 리포트를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가운데 레비가 당초 추천위원회에서 1순위로 꼽혔으며, 후보들의 시험 무대를 거친 뒤 단원들도 대체로 레비에게 손을 드는 분위기여서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바컬스와 라흐바리는 정기연주회를 맡았고, 레비는 호흡을 맞춰보고 싶다는 단원들의 요청으로 따로 특별연주회를 만들었다.

레비는 1988∼2000년 미국 애틀랜타심포니에서 음악감독을 맡아 악단을 정상급으로 끌어올렸으며, 2001∼2007년 브뤼셀 필하모닉, 2005∼2012년 일 드 프랑스 국립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를 거쳤다. 현재 이스라엘필 수석 객원지휘자다. KBS교향악단과는 1997, 1998, 1999년 세 번 호흡을 맞췄다. 2005년 정명훈과 더불어 서울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 후보로 거론됐다.

레비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틸 오일렌슈피겔의 유쾌한 장난’, 엘가 첼로협주곡 e단조(이강호 협연), 브람스 교향곡 1번을 지휘했다. 현악 파트의 한 단원은 “레비는 음악적으로 단원을 설득하는 능력이 있고 지휘에도 정통성이 있어 악단의 공감을 이끌어냈다”고 평했다.

반면 외부 전문가들은 레비의 연주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음악 칼럼니스트 박제성 씨는 “가장 기대를 모았던 후보가 레비였지만 브람스에서 완전한 통솔력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음악 칼럼니스트 이영진 씨는 “온건 단정했지만 강한 추동력은 못 보여줬다”고 평했다.

단원들은 관악 파트와 현악 파트 간 의견이 다소 갈린 것으로 전해졌다. 현악 쪽은 레비를, 관악 쪽은 바컬스를 선호했다고 한다. 바컬스는 1997년 말레이시아필 창단부터 2005년까지 음악감독을 맡아 기초가 튼튼한 악단으로 성장시켰다. 바컬스는 드보르자크 첼로협주곡 b단조(징자오 협연)와 글라주노프 교향곡 5번을 이끌었다. 관악 파트의 한 단원은 “바컬스는 관 파트의 밸런스를 맞춰서 깨끗한 사운드를 만들어냈지만 레비는 음정에 중점을 두다보니 밸런스 면에서는 아쉬웠다”고 말했다.

연주 완성도 면에서 전문가들은 바컬스를 꼽았다. 이영진 씨는 “우아한 리듬감, 색채와 양감이 풍부한 지휘였다”, 박제성 씨는 “앙상블을 이끌어내는 데 유능했고 작품 해석과 쇼맨십도 만족스러웠다”고 평했다.

라흐바리는 인간적인 면모나 단원과의 소통 측면에서는 셋 중 가장 뛰어났지만 작품 해석에서 지휘자의 개성이 너무 두드러져서 악단과 잘 맞지 않는다는 일부 단원의 의견이 있었다. 이영진 씨는 “견실한 지도력을 갖췄고 KBS교향악단의 사운드를 잘 살려내는 편”이라고 평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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