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의 사진에 두 가지 이질적 풍경이 공존한다. 가로등이 켜진 도심과 푸른 장원이 대조를 이루고, 어둑어둑한 밤하늘에 난데없이 흰 구름과 날아가는 새의 모습이 보인다. 일상과 초현실을 결합한 듯한 사진은 실제 풍경을 찍은 것이다.
이들은 사진가 한성필 씨(41)의 개인전에 나온 ‘파사드 프로젝트’ 연작이다. 복원 중인 건축물과 공사현장에 사용하는 가림막, 평범한 건물에 그려진 벽화를 촬영한 작업은 현실에 존재하는 환영을 일깨운다. 이번 전시의 제목은 ‘Diplopia(복시·複視)’. 한 개의 물체가 둘로 보이거나 그림자가 생겨 이중으로 보이는 현상을 뜻한다.
전시에선 현실과 재현, 진짜와 가짜, 현실과 환영의 틈새를 파고든 그의 작업이 날로 진화함을 보여준다. 일반 건물에서 숭례문 남한산성 등 문화재로 시야를 확장한 ‘파사드 프로젝트’를 비롯해 작품의 형식과 내용이 보다 풍성하고 다양해졌다. 재개발 현장에서 길어 올린 ‘기억과 흔적’ 연작은 철거 과정에서 내장을 드러낸 건물을 통해 오늘의 시점에서 과거의 시간을 들여다보게 한다. 초고화질 사진과 영상을 활용한 미디어 작업도 흥미롭다. 4월 7일까지 서울 청담동 아라리오 갤러리. 02-545-5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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