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재치있는 기획-독특한 레퍼토리로 만원사례

  • 동아일보

경기필하모닉 ‘산과 바다’ 주제 콘서트 ★★★★

110여 명의 대편성 연주로 웅장한 사운드를 들려준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알프스 교향곡’. 경기필 제공
110여 명의 대편성 연주로 웅장한 사운드를 들려준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알프스 교향곡’. 경기필 제공
16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는 바다가 넘실거렸고 산이 우뚝 솟았다. 구자범이 이끄는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산과 바다’라는 주제로 웅대한 자연의 정경을 생동감 있게 그려냈다. 구자범은 드뷔시의 ‘바다’(30분)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알프스 교향곡’(50분)을 모두 악보 없이 외워서 지휘하며 세부적인 묘사에 공을 들였다.

자칫 밋밋해질 수 있지만 지루하지 않은 연주를 들려준 드뷔시의 ‘바다’에 이어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실연으로 자주 접하기 어려워 애호가들의 관심이 높았던 ‘알프스 교향곡’이었다. 출발부터 하산까지 알프스를 등반하며 마주치는 22개의 풍경을 차례로 묘사한 작품으로, 영화를 보는 듯한 생생한 음악적 표현이 흥미롭게 펼쳐졌다.

‘숲의 입구’에서는 새가 노래하고 꽃이 피어나는 숲의 정경이 펼쳐지고, ‘폭포에서’는 맑은 물방울이 영롱하게 튀어 올랐다. ‘폭풍 전의 고요’에서는 바람 소리를 내는 특수 악기인 ‘윈드 머신’이, ‘번개와 폭풍, 하산’에서는 천둥소리를 내는 ‘선더 머신’이 쓰였으며, 오르간과 첼레스타(소형 건반악기)도 등장했다.

이날 객원 연주자 14명을 포함해 110여 명의 단원이 무대에 섰다. 현의 결집력에 비해 목관과 금관은 힘에 부친 듯 결이 매끈하지 않았다. 음악칼럼니스트 이영진 씨는 “‘바다’에서 가다듬어진 현이 돋보였다. 지난해보다 한결 정돈된 앙상블을 선사했다”고 평했다.

객석에는 빈자리가 거의 없었다. 지방 교향악단의 서울 공연 흥행이 쉽지 않은 현실이지만 경기필은 영리한 행보로 든든한 팬을 확보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재치 넘치는 기획, 독특한 레퍼토리로 경기필만의 색깔을 분명히 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1월 26일 경기도문화의전당 행복한대극장에서 드뷔시의 ‘야상곡’과 홀스트의 ‘행성’을 ‘밤과 별’이란 제목으로 묶은 콘서트도 호평을 받았다. 4월 6일에는 폴란드 작곡가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의 제자 류재준의 곡으로만 꾸미는 ‘작곡가 류재준의 밤’을, 6월 22일에는 쇤베르크 ‘정화된 밤’, 쇼스타코비치 체임버심포니 8번으로 ‘현악의 밤’을 연다. 7월 11일에는 말러 교향곡 2번 ‘부활’을 우리말로 풀어낸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산과 바다#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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