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와 함께하는 제49회 동아연극상]연출상 수상 김광보 대표

  • Array
  • 입력 2012년 12월 28일 03시 00분


코멘트

“가난하지만 치열한 대학로 연극이 그리웠죠”

“대형 기획사나 공공단체가 만든 큰 연극들 틈에서 대학로 연극의 활로를 찾으려는 작은 움직임을 좋게 봐 주신 것 같습니다.”

소극장 연극 ‘그게 아닌데’로 제49회 동아연극상 연출상 수상자로 선정된 연출가 김광보 극단 청우 대표(48·사진)의 말이다. 작품상 수상작으로도 뽑혀 겹경사를 맞은 이 작품은 올해 그에게 많은 ‘선물 보따리’를 안겨 주었다. 한국연극협회가 주최한 대한민국 연극대상을 차지했고, 한국연극평론가협회의 ‘올해의 연극 베스트 3’에 올랐다. 김 대표 자신은 히서연극상의 ‘올해의 연극인상’을 수상했다.

“어안이 벙벙합니다. 올해로 19년째 연출을 하고 있는데 이렇게 상을 ‘싹쓸이’한 것은 처음입니다. 그동안 못 받았던 상을 올해 다 받네요. 특히 동아연극상은 그동안 받아 본 적이 없어 한이 맺혔는데(웃음), 그 소원까지 이뤄 정말 기분 좋습니다.”

이미경 작가의 희곡을 극화한 이 작품은 동물원 조련사를 통해 이 시대의 소통부재 상황을 위트와 유머 넘치게 그린 블랙코미디다. 김 대표는 “운명처럼 이 작가를 만났고 한껏 재밌고 여유롭게 작업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겨울, 일면식도 없던 이 작가가 그에게 느닷없이 전화를 걸어왔다. ‘창작희곡 페스티벌에 작품이 당선돼 낭독 공연을 해야 한다. 연출을 맡아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김 대표는 평소와 달리 대본도 보지 않은 상태에서 흔쾌히 이를 수락했다고 했다. 낭독 공연이 흥미로워 원래 단막을 장막으로 써 다시 무대에 올리기로 했다.

“그즈음에 대형 공연을 많이 하다 보니까 대학로의 가난하지만 치열한 작업이 그리웠어요. 오랜만에 극단 창단 멤버들을 모아서 열정적으로 공연을 만들었지요. 출연 배우 5명 중 3명(윤상화 강승민 문경희)이 창단 멤버였어요. 예상치 않게 이 작품으로 상이 쏟아지니, 이제 만나면 서로 그냥 얼굴 보고 웃어요. 좋아서….”

그는 “연말이라 다들 바빠서 잠깐씩 얼굴만 보는데 내년 초 동아연극상 시상식 때는 모두 한자리에 모일 수 있겠다”고 말했다.

동아연극상 심사위원들은 “‘그게 아닌데’에서 김광보는 공감과 믿음을 함께 주는 연출을 했다”면서 “올해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한 연출가인 점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올해 연극열전이 기획한 ‘M 버터플라이’, 신시컴퍼니의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로도 좋은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까지 부산시립극단 예술감독을 맡으면서 여러 상황을 넓게 보는 눈을 갖게 됐습니다. 한 단체를 이끌다 보니, 개인적으로 작업할 때보다 많이 너그러워졌다고 할까요(웃음). 임기가 끝나면서 마음먹은 건 단 하나였어요. ‘편하고 좀 여유롭게 작업하자.’”

그는 이전에는 오후 2시부터 10시까지 무대를 떠나지 않은 채 배우들을 재촉하는 스타일이었지만 올해는 그렇게 연습해 본 적이 없다. 이 바람에 오랫동안 함께 일한 배우들로부터 “형, ‘이빨’ 어디 뒀어” “너무 낯설다”는 말까지 들었다. 배우들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큰 성과를 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내년에 일본 신국립극장 초청으로 3개월간 연수를 간다. 신국립극장의 연기자 양성소에서 워크숍도 이끌 계획이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연출상#김광보 대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