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겉은 전통가옥 마을, 속은 호텔보다 화려한 A급 료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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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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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키나와 다케토미의 ‘호시노야 오키나와’ 리조트를 가다

산호가 가루진 하얀 땅바닥을 유려하게 수놓는 새하얀 산호돌담, 그리고 그 담에 둘러싸인 주황색 기와지붕의 류큐 전통가옥을 객사로 쓰는 호시노야 오키나와는 이렇듯 다케토미 섬의 전통 마을을 올곧게 재현한 신개념 료칸 리조트다. 다케토미(오키나와 현)=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산호가 가루진 하얀 땅바닥을 유려하게 수놓는 새하얀 산호돌담, 그리고 그 담에 둘러싸인 주황색 기와지붕의 류큐 전통가옥을 객사로 쓰는 호시노야 오키나와는 이렇듯 다케토미 섬의 전통 마을을 올곧게 재현한 신개념 료칸 리조트다. 다케토미(오키나와 현)=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지난달 4일 오전 이시가키 섬(오키나와 현). 페리 터미널 한 식당에서 라멘을 먹고 있는데 TV에서는 해상 격전이 생중계 중이었다.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해상에서 해상보안청 순시선이 중국 어선을 밀어내는장면이었다. 그런데 놀라운 건 식당 주인을 포함해 누구도 별 관심을 두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유는 곧 알게 됐다. 인근 다케토미(竹富) 섬으로 가는 페리에서인데 순시선과 똑같은 배가 두 대나 이 항구에 정박한 것이었다. 그곳은 해상자위대의 해상보안본부(순시선 기지). 그렇지. 여기선 이런 일이 늘 예견됐으니 그럴 수밖에.
이시가키는 오키나와 본섬 남쪽(410km)의 중심 섬. 일본 최남단과 최서단 섬 등 야에야마 제도(18개 섬)의 페리 출발항이자 오키나와 섬 관광의 메카다. 다케토미는 그 바로 옆 섬(페리로 10분). 다케토미에 남아 있는 류큐의 전통마을과 ‘푸른 남쪽바다 섬의 전통마을’이란 개념의 료칸 리조트 ‘호시노야 오키나와’로 안내한다.》

페리 선착장은 붐볐다. 이시가키에서 오가는 관광객 덕분이다. 하지만 섬 안은 적막하리만큼 조용하다. 섬(5.42km²)은 우도(6km²·제주)보다도 작고(둘레 9.2km) 산도 없다. 가장 높다는 게 24m. 피자의 도(dough·동글납작한 바닥 빵)처럼 평평하다. 그런데 오키나와가 어떤 곳인가. 태풍이란 태풍은 반드시 거치는 길목이다. 그러니 바람막이 언덕 하나 없는 섬에서 그런 강풍을 견디기란 쉽지 않을 터. 그럼에도 마을이 있다니. 놀랍기만 했다.

바람의 섬, 다케토미

야에야마제도 다케토미 섬의 류큐 전통마을을 둘러보는 데 이용하는 관광용 물소달구지. 하얀 땅바닥과 검게 변한 돌담 모두 산호다.
야에야마제도 다케토미 섬의 류큐 전통마을을 둘러보는 데 이용하는 관광용 물소달구지. 하얀 땅바닥과 검게 변한 돌담 모두 산호다.
그러나 대답은 의외로 쉽게 얻는다. 걸어서 10분 거리 마을에서다. 수십 호 붉은 기와집이 옹기종기 모여 골목을 이룬 모습.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그런데 거기엔 특별한 게 있었다. ‘굿쿠’라는 검은 돌담인데 집집이 모두 이 돌담에 둘러싸였다. 골목은 그 돌담 사이 통로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돌이 아니다. 호박돌 크기로 쪼갠 산호다. 섬은 해저 산호가 융기한 지형. 지반 자체가 산호였다. 죽은 산호는 하얗다. 섬의 땅바닥이 하얀 이유다. 담도 애초엔 하다. 세월이 흐르며 이렇듯 검게 변한 것이다.

그 돌담엔 바람을 이기는 섬사람의 지혜가 숨어 있다. 돌담엔 대문이 없다. 폭 2∼3m 끊어 틔운 뒤 안마당으로 1m쯤 들여세운 길이 3∼4m의 가림판 모양 담장이 대문을 대신한다. 이건 강풍의 기세를 꺾는 완충장치다. 곡선으로 이뤄진 골목길, 널찍한 안마당도 같다. 헌데 이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은 듯하다. 창의 덧문, 시멘트로 고정시킨 붙박이기와가 증거다.

여긴 오키나와의 전통마을로 이젠 딱 두 곳밖에 남지 않았다. 이 섬 마을이 ‘국가중요 전통건축물 보존지구’로 지정된 것도,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다. 관광객은 주민이 모는 물소달구지(유료)를 타고 마을을 여행한다. 그 물소가 신통하다. 서라, 가라 등 주인 말을 알아듣는다. 주인은 두런두런 옛이야기를 들려주며 30분간 마을을 한 바퀴 돈다.

일본에 3개밖에 없는 명품 료칸 ‘호시노야’

호시노야 오키나와는 마을과 동떨어진 해안 부근에 자리 잡았다. 주변은 숲과 사탕수수 밭. 거기엔 리조트를 건축할 때 조성한 전망대가 있다. 흙을 쌓아 만든 둔덕인데 산 없는 섬의 조산(造山)이다. 거기 오르니 리조트가 한눈에 조망된다. 그 모습이 인상적이다. 낮에 본 마을과 똑같은 모습이어서다. 다른 점이라면 돌담이 하얀 것과 골목을 소달구지 대신 카트가 오간다는 것뿐. 이 돌담도 시간이 지나면 더께 앉은 세월의 때로 검게 변할 것이다.

호시노야 오키나와는 애초부터 다케토미 섬의 ‘네 번째 마을’로 설계됐다. 그래서 골목길, 담장, 주택 배치는 물론이고 외관과 실내가 지붕, 안마당과 더불어 이 마을 보존을 위해 마련한 특정건축규정에 따라 조성되고 지어졌다. 이렇게 마을 하나를 세우는 데 걸린 시간은 7년. 호시노 요시하루 사장은 “오키나와 문화의 심장부에서 외딴섬의 마을 주민이 되는 체험을 주기 위한 시도”라면서 “이게 ‘호시노야’가 추구해온 ‘또 하나의 일본’이라는 가치”라고 밝혔다.

호시노야 오키나와에는 이런 객사(260∼300m² 규모·마당 포함)가 모두 48동. 바람담장 너머 안마당을 보자. 나무 아래는 탁자와 의자가 놓인 휴식공간이다. 남향집의 정면은 전체가 대청처럼 보이는 휴게공간인데 전면이 미닫이 유리창문이다. 객실과 욕실은 모두 대청 뒤편에 자리 잡았다. 대청의 소파에 앉았다. 마당과 하늘이 정면 유리창을 통해 훤히 내다뵌다. 실내는 은은한 나무 향으로 가득하다. 편백나무 문틀과 기둥이 발산하는 향이다. 대청 뒤편엔 고상한 도자기욕조가 놓여있다. 거기에 물을 받고 몸을 담근다. 자쿠지나 로텐부로(노천욕탕)를 즐기는 느낌이다.

호시노야(일본 전국에 세 개)는 료칸이라도 통상의 ‘1박 2식’(아침 저녁식사 포함 숙박제도)을 지양한다. 그래서 별도 레스토랑을 운영하는데 거기선 현지의 제철 재료에 류큐식을 가미한 프랑스풍 ‘류큐 누벨(Ryukyu Nouvelle)’ 요리를 낸다. 화려한 그릇과 장식의 아홉 코스 디너는 도쿄의 긴자에 내놓아도 손색없을 수준이다. 오키나와 전통소주 아와모리도 지역 양조장과 공동 개발한 것으로 제공한다. 북카페에선 전통악기 ‘산시’(세줄 현악기) 연주도 들려주는데 다과는 항시 무료다. 야외 풀은 호수 모양의 타원형(50m)이며 아침마다 해변에선 요가클래스도 열린다. 겨울 오키나와 여행길에 꼭 한번 들를 만한 신개념 료칸 리조트다.

다케토미=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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