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전무송 씨의 배우 데뷔 50년 기념 공연 ‘보물’을 위해 의기투합한 전 씨 가족. 왼쪽부터 사위 김진만 씨, 전 씨, 아들 진우 씨.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배우 전무송 씨(71)가 올해 연기 인생 50년을 맞아 창작극 ‘보물’을 8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무대에 올린다. 배우 겸 극작가인 딸 현아 씨(41)가 대본을 쓰고, 배우 겸 연출가인 사위 김진만 씨(43)가 연출을 맡는다. 배우인 아들 진우 씨(37)가 전 씨와 함께 출연한다. 무리한 스케줄을 소화하다 쓰러진 대배우 ‘왕명성’이 인생에서 진짜 소중한 것을 깨달아 간다는 게 줄거리. 지난달 22일 대학로의 카페에서 이번 연극의 주역 3명을 함께 만났다. 딸 현아 씨는 급한 일로 불참했다.
“내세울 게 없는데 기념한다고 해서 탐탁지 않았는데, 자식들이 ‘무대에 50년을 서신 것은 정말 자랑스러운 일이다’라며 하도 성화여서 하기로 했습니다. 9월 말 연습을 시작했는데 내가 참견할까 봐 연습 시작 닷새 전에 대본을 주더라고요. 자식들이 본 제 내면의 풍경이 많이 들어가 있죠.”
사위 김 씨는 “기념 공연이지만 지난 세월에 대한 자서전 형식이 아니라 공연 자체로도 가치 있게 만들려고 했다”면서 “관객이 즐겁게 공연을 보고 난 뒤 생각할수록 말도 못하게 슬픈, 비극이면서도 희극인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 작품 준비를 위해 대학교수까지 그만뒀다는 그는 “아버님이 집에서 저를 사위가 아니라 아들처럼 대하세요. 처가에 같이 살다가 사실 어제 분가를 했습니다”라고 했다. 전 씨는 “아침마다 온 가족이 모여서 식사를 같이했는데 딸네가 나가고 나니 집이 휑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2004년 ‘상 당한 가족’에서 배우 대 연출가로 장인과 호흡을 맞춘 일이 있다. 장인과 작업하는 게 쉽지만은 않을 듯한데 그는 전 씨를 “연출의 요구를 다 들어주는 참 드문 배우”라고 평가했다. 전 씨는 “연출가(사위)에게 ‘내 안에 뭐가 있는지 나도 모르니까 좀 꺼내봐 달라’고 부탁한다”고 말했다.
아버지를 따라 자연스럽게 배우의 길을 걸은 아들 진우 씨는 “아버지가 연극하면서 조금이라도 돈을 좇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안 했을 것”이라며 “항상 돈보다 연극의 진정성에 푹 빠져 계셨고, 그 모습이 참 좋았다”고 말했다.
이들 가족에게서 전 씨의 대본 암기가 다른 배우보다 배 이상 느리다는 사실을 들었다. 게을러서가 아니란다. 사위의 말에 따르면 전 씨는 잘 때도 대본을 가슴 위에 놓고 잘 정도로 손에서 떼지를 않는다. “대사 자체를 암기하지 않고 이야기의 맥락, 상황을 덩어리로 이해하려는 습관 때문인 것 같아요. 연기할 때도 대본에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비슷한 뜻으로 말할 때가 종종 있어요. 그럴 때마다 상대 배우들이 굉장히 당황하죠.”(전 씨)
전 씨의 또 다른 비밀 하나. 초중학교 때 꽤 잘하는 야구 선수였다는 것. 아들도 처음엔 야구 선수로 키우려고 했단다. “이번 작품에 원래 아버님이 공을 던져 도망가는 누군가를 쓰러뜨리는 장면이 있었어요. 제가 그 장면을 날려 버렸죠. 던지는 폼은 멋지신데 무대에서 구현하기가 힘들어서요.”(김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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