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 뒤르켕 ‘사회분업론’ 국내 첫 완역 민문홍 서강대 대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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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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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하는 한국사회에 ‘도덕적 개인주의’ 해법 제시

민문홍 서강대 대우교수는 “뒤르켕의 박사논문인 ‘사회분업론’은 이후 뒤르켕 저작 10여 권에 전개된 사상을 모두 품고 있는 중요한 책”이라고 강조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민문홍 서강대 대우교수는 “뒤르켕의 박사논문인 ‘사회분업론’은 이후 뒤르켕 저작 10여 권에 전개된 사상을 모두 품고 있는 중요한 책”이라고 강조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프랑스 사회학자 에밀 뒤르켕(1858∼1917)의 대표작 ‘사회분업론’(1893년)이 국내 처음 완역 출간됐다. 뒤르켕은 독일의 막스 베버와 함께 고전사회학의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인물. 뒤르켕은 ‘사회분업론’에서 현대산업사회에 분업이 발달할수록 사회구성원들의 상호의존도는 커진다고 주장했다. 전통사회 구성원들의 동질성에 따른 ‘기계적 연대’는 근대사회로 가면서 분업으로 전문화된 개인들이 결속하는 ‘유기적 연대’로 바뀐다고 봤다.

최근 한국연구재단총서로 출간된 ‘사회분업론’(아카넷)은 민문홍 서강대 대우교수(58)가 번역을 맡았다. 민 교수는 뒤르켕 사회학에 대한 사상사적 배경 연구로 1988년 프랑스 소르본(파리4)대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고 뒤르켕 연구에 매진해왔다. 개인 연구소인 국제비교사회문화정책연구소 소장으로도 재직 중이다. 임희섭 고려대 명예교수는 추천사에서 그를 가리켜 “뒤르켕 사회학의 국내 최고 권위자”라고 썼다. 임 교수는 1976년 뒤르켕의 ‘자살론’(삼성출판사)을 번역하면서 ‘사회분업론’의 일부를 함께 중역해 실은 원로 사회학자다.

21일 만난 민 교수는 “‘사회분업론’은 미래를 이끌 정책적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개발을 기다리는 금광과 같은 책”이라며 “한국사회가 원칙 없는 신자유주의와 경직된 네오마르크시즘 사이에서 제3의 길을 찾고 사회 통합을 이루도록 철학을 전해준다”고 말했다.

뒤르켕은 분업이 비정상적으로 진행될 경우의 역기능을 지적했다. 분업이 너무 심화하면 개인들은 서로 의존 상태에 있다는 사실을 더이상 인식하지 못해 사회 해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사회에 결속력을 유지할 규칙이 불충분할 때 ‘아노미적 분업’ 또는 ‘강요된 분업’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대표적 사례가 노사 갈등이다.

민 교수는 “‘유기적 연대’는 유토피아에서나 가능해보인다”면서도 “국가가 사회라는 유기체 안에서 뇌와 같은 조정 역할을 발휘해 균형을 잡아준다면 유기적 연대로 나아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한국사회가 갈등을 극복하고 건강하게 연대하려면 뒤르켕이 제시한 ‘도덕적 개인주의’를 기초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도덕적 개인주의’의 핵심은 일상에서 개인들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존중함과 동시에 각각을 귀하고 공정하게 대하는 것이다.

“지식인들도 좌우 이념 갈등을 떠나 인간의 존엄성과 신성한 권리를 위해 무얼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합니다. 일부 인사들이 좌우파를 따지지 않고 탈북자 북송 반대 운동에 동참한 것이 좋은 사례죠.”

그는 건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지난 1년간 매일 대여섯 시간씩 번역에 매달렸다. 일시적 시야 장애로 컴퓨터 자판을 칠 수 없게 되자 자신은 번역문을 읊고 사회심리학 강사인 부인이 타이핑과 문장 교정을 도왔다고 한다. 향후 연구계획에 대해 그는 “한국사회가 21세기에 맞는 가치관을 확립하고 사회통합을 이루도록 새로운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책을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민문홍#에밀 뒤르켕#사회분업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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