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홍석 9단 ‘준우승 단골’ 딱지 떼고 돌주먹 전성시대 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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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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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비씨카드배 이어 17일 TV바둑亞선수권 우승
7월이후 15승 3패 무서운 질주 “첫 우승 이후 자신감 붙었어요”

돌주먹 백홍석 9단이 세계대회 2관왕에 올랐다. 비씨카드배에 이어 TV바둑 아시아선수권 대회에서 우승한 것. 싸움 바둑에 강한 그가 끝내기 등 섬세함까지 갖추면서 세계 일류로 발돋움했다는 평가다. 한국기원 제공
돌주먹 백홍석 9단이 세계대회 2관왕에 올랐다. 비씨카드배에 이어 TV바둑 아시아선수권 대회에서 우승한 것. 싸움 바둑에 강한 그가 끝내기 등 섬세함까지 갖추면서 세계 일류로 발돋움했다는 평가다. 한국기원 제공
“백홍석 9단(26)의 표정을 보면 대국의 유불리를 금세 알 수 있다. 예전에는 바둑이 불리한데도 표정이 좋은 적이 있었으나 요즘은 끝내기가 강해져 얼굴 표정이 정확한 형세를 말해준다.”

어려서부터 그를 지켜본 한국기원 관계자의 말이다. 승부사에게 필요한 포커페이스와는 거리가 멀다는 평. 17일 한중일 3국의 속기전인 제24회 TV바둑아시아선수권 대회 결승전에서도 그의 표정이 모든 것을 말해줬다. 초반에는 희색이었다가 중반에는 자책하는 모습도 나왔으나 머지않아 표정이 밝아졌다.

백홍석은 이날 대회 4연패를 노리던 중국의 쿵제(孔杰) 9단에게 212수만에 백 불계승을 거뒀다. 5월 비씨카드배에서 우승해 생애 첫 타이틀을 딴 데 이어 세계대회 2관왕에 오른 것.

그는 이날 바둑에서 초반 흑 대마를 몰아붙여 우세하게 국면을 이끌다 역전됐다. 세 불리를 느낀 그는 어지러운 싸움바둑을 펼쳐 대마를 잡으며 승리했다. 지난 대회 결승에서 쿵제와 처음 만나 패한 데 이어 올 초 LG배 예선에서 진 빚을 말끔히 되갚았다.

그는 이 대회 1, 2회전에서도 롄샤오(連笑) 4단과 퉈자시(타嘉熹) 3단을 눌렀다. 올해 중국 기사와 15번 겨뤄 13승을 올려 ‘중국기사 킬러’의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그동안 타이틀에 9차례 도전했으나 모두 실패해 늘 ‘2%로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그가 올해 기량 면에서 한 꺼풀 벗고 절정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는 게 주위의 평가. 한 살 위 선배들인 ‘황소 3총사’(최철한 원성진 박영훈)에 치이던 그가 뒷심을 발휘하고 있는 것.

바이링배 대회 참석차 중국 베이징에 머물고 있는 백홍석은 20일 “실력이 늘었다기보다는 비씨카드배 우승 이후 자신감이 붙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회 우승 뒤 한 달 동안 마음이 붕 떠 성적이 좋지 않았으나 7월부터는 으뜸연구회(목진석 9단 주축)와 바둑도장에 들러 후배들과 바둑을 연구하면서 안정감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45승 16패(승률 73%)인 그의 성적 가운데 7월 이후 성적은 15승 3패.

이세돌 9단과 같은 공격 바둑이면서도 화끈한 싸움바둑이기 때문에 그를 좋아하는 아마추어 팬들이 많다. 정교하지는 못하지만 한방이 있다는 것을 빗댄 ‘돌주먹’이라는 그의 별명도 이제는 바뀌어야 할 듯하다. 그는 우승 뒤 “전에는 마치 눈감고 휘두르는 식이었다. 지금은 수를 과감히 결행하지만 읽히지 않는 곳은 미리 포기하는 조절능력이 좋아진 것 같다”고 자평했다.

백홍석은 입대문제와 관련해 당초 내년 초 가려 했으나 “성적이 잘 나오고 있어 연기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윤양섭 전문기자 lailai@donga.com
#백홍석#비씨카드배#바둑 아시아 선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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