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정마에가 선물한 노천의 화음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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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필 연세대 야외공연 ★★★★☆

지휘자 정명훈이 한중일 연주자들로 꾸린 아시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4일 서울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북한 어린이를 위한 자선음악회를 열었다. 미라클오브뮤직 제공
지휘자 정명훈이 한중일 연주자들로 꾸린 아시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4일 서울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북한 어린이를 위한 자선음악회를 열었다. 미라클오브뮤직 제공
1997년 창단된 아시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4일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이 악단 최초의 야외 공연을 가졌다. 이 무대는 두 가지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하나는 클래식 음악의 사회 효용적 역할이다. 유럽과 북미 등지에서 시민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으며 한 도시의 문화적 정체성 혹은 집단적 힐링 효과를 드높이는 오케스트라 야외무대 공연이 이제 서울이라는 대도시에서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실내무대 못지않은 음악적 완성도와 청중과의 일체감은 야외 클래식 연주회의 새로운 음악적, 기능적 가능성을 열어주었다고 평가할 만하다.

다른 하나는 음악의 인도주의적 역할이다. 마에스트로 정명훈이 유니세프를 통해 북한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마련한 이날 연주회는 음악 활동을 통한 인류애의 실천을 보여준 자리였다. 인권과 보호의 테두리 밖에 있는 북한 어린이들을 생각할 때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보다 더 적절한 선곡이 있을까.

노천극장의 제반 조건 역시 합격점에 들었다. 객석 맨 위까지 무대가 시원하게 보이고 음향 또한 층별로 미세한 차이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명료했다. 폭염이 거추장스럽기는 했지만 간간이 불어오는 산바람이 무대에 집중할 수 있는 여유를 주기도 했다. 서울시향의 한강시민공원 연주회와 더불어 자연친화적인 노천극장에서의 아시아필 연주회가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독일 베를린의 발트뷔네나 오스트리아 빈의 쇤브룬 야외 연주회와 같이 서울을 대표하는 문화관광 상품으로 육성되기를 녹음이 짙은 여름밤, 그 자리에 앉아 환호하던 수천의 시민들은 희망했을 것이다.

첫 울림부터 긴장감을 고조시킨 정명훈은 특유의 스타일과 다이내믹의 대비를 통해 교향곡 ‘합창’의 드라마를 치열하게 만들어 나가기 시작했다. 앙상블이 조금 틀어질 때면 온몸을 내던지며 바로잡아 가는 마에스트로의 열정적인 지휘 모습도 음악 이상의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4악장의 템포나 극적인 고양감은 훌륭했지만, 무대 양 옆으로 위치한 대규모 합창과의 호흡 및 실제음과 증폭음 사이의 사운드 밸런스 등은 야외무대에서 극복해야 할 문제로 남았다.

박제성 음악칼럼니스트
#공연 리뷰#음악#클래식#아시아 필하모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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