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출판계 돌풍 SF소설 ‘제노사이드’ 작가 다카노 가즈아키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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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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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 초월한 의인 故이수현씨, 소설속 ‘이정훈’으로 되살려

‘제노사이드’의 작가 다카노 가즈아키 씨는 속편 가능성이 엿보이는 소설의 결말에 대해 묻자 “현재로선 속편을 쓸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도쿄=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제노사이드’의 작가 다카노 가즈아키 씨는 속편 가능성이 엿보이는 소설의 결말에 대해 묻자 “현재로선 속편을 쓸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도쿄=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최근 일본 출판 시장에서 반응이 가장 ‘핫’한 소설 가운데 하나가 ‘제노사이드’다. 지난해 4월 출간된 이 공상과학(SF) 소설은 장대한 스케일과 숨 막히는 전개로 호평을 받으며 20만 부 이상이 팔렸다. 이 책은 일본 서점 대상 2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 일본 추리작가협회상, 야마다 후타로상을 받았고 145회 나오키상 후보에 올랐다. 지난달 민음사를 통해 국내에도 번역 출간됐다.

소설의 발상은 독특하다. 아프리카 콩고의 피그미족에서 놀라운 지적 능력을 가진 다음 세대 인류인 ‘초인류’가 탄생했다는 것. 미국은 이 초인류를 자국의 안전에 잠재적인 위험요소로 판단하고 제거하려는 작전을 세운다. 초인류 또한 최첨단 정보통신과 해킹 기술로 미국에 대항한다는 줄거리의 스펙터클한 소설이다.

작품은 일관되게 강대국, 다국적 거대기업의 약소국 착취를 비판하고 있다. 특히 초인류를 돕는 정의로운 인물로 일본의 한국인 유학생 ‘이정훈’이 등장해 눈길을 끈다. 그는 목숨을 걸고 주인공 고가 겐토를 도와 희귀병 치료제를 공동 연구하는 ‘천재’이자 의로운 인물로 묘사되고 있다. 5일 일본 도쿄에서 만난 ‘제노사이드’의 작가 다카노 가즈아키 씨(48)는 “소설 속 ‘이정훈’의 실제 모델은 고 이수현 씨”라고 말했다. 이수현 씨는 2001년 일본 도쿄의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 취객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의인(義人)이다.

―왜 고 이수현 씨를 모델로 택했나.

“이수현 씨 사건은 일본에서 크게 보도됐다. 제일 먼저 생각난 게 ‘나도 그런 일을 할 수 있을까’였다. 하지만 나는 그처럼 용감한 사람은 되지 못할 것 같았다. 그 대신 내가 실제 되고 싶은 캐릭터를 소설에 넣은 것이다.”

―소설은 전쟁과 대학살을 비판한다. 현 인류의 도덕성에 회의적인가.

“사람은 집단을 이뤄 살아가야 하는데 그 집단들의 충돌은 반드시 일어난다. 인간은 국적이 다르다는 것만으로도 서로 싸우고 미워한다. 비록 국적이 다르지만 이수현 씨처럼 남을 도와줄 수 있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

―소설은 한국인을 호의적으로 그리는 반면 일본이 일으킨, 간토(關東)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 사건이나 난징(南京)대학살 사건을 비판하기도 한다. 일본 독자들의 항의는 없었나.

“인터넷에 익명으로 올라온 일부 글들에서는 비판적인 내용이 있었지만 딱 그 정도다. 나에게 직접 항의가 온 것은 없었다. 반면 굉장히 많은 일본인이 나의 생각을 지지해 줬고, 결국 책이 베스트셀러가 됐다.”

―선조의 잘못을 소설에 넣은 이유는….

“소설은 콩고, 르완다, 독일 나치 등에서 일어난 다양한 학살을 다룬다. 다른 나라의 사례를 들면서 일본이 한 것을 쓰지 않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봤다.”

1984년부터 영화와 TV드라마 작가로 활동한 다카노 씨는 2001년 ‘13계단’으로 제47회 에도가와 란포 상을 수상하며 소설가의 길로 들어섰다. ‘13계단’은 일본에서 100만 부, 한국에서 10만 부를 돌파한 베스트셀러다.

―소설로 전업한 계기는 무언가.

“영화와 드라마 작가로 일할 때는 감독과 배우들이 본인들의 의견을 얘기하며 각본을 바꾸려고 했다. 그게 스트레스가 됐고, 나만의 작품을 쓰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다. 또 솔직히 일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소설 쪽이 좀 더 돈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하하.”

―‘제노사이드’는 영화화되나.

“일본 영화계뿐 아니라 할리우드 쪽에서 관심을 표했다. 단 조건을 달았다. 내가 각본을 쓰고, 메가폰을 잡는 것이다. 영화화된다면 큰 스케일로 그리고 싶다.”

도쿄=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제노사이드#다카노 가즈아키#이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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