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여성들이 스님에게 무릎 꿇은 까닭은…

  • 동아일보

여수 세계불교도우의회 자원봉사자들
남방불교 전통따라 출가자에게 예 올려

태국 스님으로 호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와라와트 스님(왼쪽)이 결혼해 전남 여수에 정착한 세 태국 출신 여성에게 조언을 해주고 있다.
태국 스님으로 호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와라와트 스님(왼쪽)이 결혼해 전남 여수에 정착한 세 태국 출신 여성에게 조언을 해주고 있다.
제26차 세계불교도우의회(WFB) 행사가 열린 12일 오후 전남 여수시의 한 호텔 로비에서 이색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한 스님 앞에서 세 명의 젊은 태국 여성이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예를 올리고 가르침을 청한 것. 이들은 10여 분간 간간이 미소를 지으면서 진지한 자세로 스님의 말을 경청했다.

태국 출신으로 호주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 나욕 와라와트 스님(60)은 “오늘 처음 (이 여성들을) 만났는데 갑자기 결혼과 삶에 대해 질문해 조언을 해주었다”고 말했다. 무릎을 꿇어 출가자에게 예를 취하는 것은 태국 미얀마 등 남방불교의 전통이다. 세 여성은 각자 한국인과 결혼해 여수에 살고 있다. 폿자나 씨(33)는 “여수에서 큰 불교행사가 열리는 것을 알게 돼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고 있다”면서 “한국에서 태국 스님을 만나니 친정아버지를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의 모습을 지켜본 국내의 한 스님은 “대승불교는 개인의 해탈을 우선시한다며 소승불교를 비판해왔지만 오늘날의 현실은 부끄러울 뿐”이라며 “한중일 3개국이 경제적으로 앞서 절집 살림살이가 낫다지만 수행과 공부는 다시 남방불교를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는 중국 정부의 영향력을 강하게 받고 있는 중국 불교대표단의 돌출 행동으로 세계 불교도의 우의를 다진다는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중국 측은 WFB 공식 지부 자격으로 참석한 티베트 망명 정부 대표단의 참가를 이유로 잇따른 항의와 티베트 대표단 퇴장 요청에 이어 동남아의 다른 대표들에게 보이지 않는 압력을 가하다가 13일 출국했다.

여수=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세계불교도우의회#WFB#불교#태국 불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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