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퇴까지 하고 한국서 연예인 준비…제2의 소녀시대 꿈꾸는 ‘K팝 유학생’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9일 17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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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힘이 둘 때 묜~ '로끼 인 마이 라이프'(Lucky in my life)~, 구대가 꿈처럼 다가오네요."

연예인 지망생들이 많이 다닌다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학원. 7일 일본인 스즈키 사토코 씨(鈴木怜子·23·게이오대 생명정보학부 신경과학과4)는 이 학원에서 첫 보컬 레슨을 받았다. 곡명은 그가 좋아하는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OST 수록곡 'Lucky'였다. 강사는 "발음은 조금 서툴지만 고음이 매끄럽다"고 평가했다.

그의 꿈은 가수다. 중학교 때 일본 아이돌그룹 '엔젤 아이즈' '하라주쿠 론차드'에서 활동했다. 지난해 8월 연세대에 교환학생으로 온 그는 "가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국내 케이블 방송 오디션 프로그램에 지원하기도 했다. 보컬 트레이닝을 받는 것 외에 현재 신촌에 있는 학원에서 댄스 교습도 받고 있다. 그는 "한국 연예인 양성 시스템이 일본보다 더 체계적이다"면서 "학원에 다니면서 SM, JYP, YG 등에서 오디션을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본 뿐 아니라 한국과 동남아 등에서 활동하는 가수가 되고 싶고요. 그런 점에서 한국 기획사에 들어가는 게 유리하겠죠."

그는 나이 때문에 한국에서의 도전을 마지막 기회로 여기고 있다. 그는 "이번 도전에 실패하면 전공을 살려 취업하거나 결혼하라는 집안의 '압력'도 있다"며 웃었다.

K팝이 해외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이른바 'K팝 유학생'도 생겨나고 있다. 유명 연예인이 다녔다는 학원에는 '제2의 소녀시대' '제2의 빅뱅'을 꿈꾸는 중국과 일본, 동남아 출신 수강생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솔림 SM아카데미 원장은 "K팝이 뜨면서 해외 언론을 통해 한국 고유의 연예인 양성 시스템으로 기획사 뿐 아니라 학원이 함께 부각됐다"면서 "한류 영향력이 커지고 한국 기획사를 통해 가수 데뷔를 꿈꾸는 외국인들이 늘수록 학원을 찾는 수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기획사가 10대 위주로 뽑기 때문에 K팝 유학생 중에는 10대들도 적지 않다. 올해 18세인 중국인 가오샨 양도 그중 한 명. 지난해 6월 한국에 유학을 온 그는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경희대 한국어학당에 다니며 연예인 양성학원에서 일주일에 3번 보컬과 댄스교육을 받고 있다. 가오샨 양이 연예인이 되기 위해 자퇴를 하고 한국으로 가겠다고 하자 집안의 반대가 심했다. 하지만 그는 "한국에서 가수가 되기 위해서는 10대에 데뷔를 해야 한다"며 부모를 설득했다.

이지영 JYP 신인발굴팀장은 "본사에서 한달에 두 번 여는 정기 오디션 참가자의 10%가 외국인"이라며 "일본이나 중국, 대만, 동남아 등에서 자비를 들여 오디션을 위해 찾아 온다"고 말했다.

"소녀시대의 태연처럼 보컬과 댄스를 함께 잘하는 가수가 되고 싶습니다. 앞으로 기획사 오디션을 준비하면서 한국에 있는 대학의 연극영화학과나 실용음악과에 진학하겠다." 가수가 되기 위해 한국행을 선택한 가오샨 양의 당찬 포부다. 그러나 연예인이 되는 것은 K팝 유학생들에게도 역시 '좁은 문'이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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