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가선 ‘OK’ 마세요… 해외 진출 아이돌그룹, 현지 에티켓교육 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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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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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에서 OK는 욕이래-.-;”

케이팝(K-pop·한국대중가요)이 세계로 뻗어나가면서 현지 에티켓 교육이 아이돌 그룹의 ‘필수과목’이 됐다. 지난해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합동 공연을 한 비스트와 포미닛 멤버들은 엄지와 검지를 모아 만드는 ‘OK 사인’을 무대 위에서 하지 말라는 주문을 받았다. 우리나라에서는 귀염성 있게 쓸 수 있는 간단한 제스처이지만 브라질에서는 여성 성기를 상징하는 욕이기 때문이다.

비스트의 소속사 큐브엔터테인먼트는 “아이돌 그룹이 현지에 방문하기 전에 잡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근 반드시 이런 ‘매너 교육 회의’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SM엔터테인먼트 관계자도 “월드투어 국가가 확대되면서 익혀야 하는 에티켓과 주의사항이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

입헌군주국 태국도 케이팝이 인기를 끌고 있는 국가 중 하나다. 여기서는 거리마다 걸린 국왕의 사진과 헌화를 볼 수 있다. 이를 함부로 손대거나 손가락질하는 모습이 포착되면 큰 오해를 살 수 있다.

안무에도 가이드라인이 있다. 팔을 뻗어 45도 위로 올리는 동작은 세계 어디서든 빼는 게 좋다. 나치즘을 연상시킬 수 있기 때문. 최근 독일 공연을 다녀온 기획사 관계자는 “특히 나치즘과 인종주의적 퍼포먼스에 민감한 독일 현지에서는 이런 동작이 절대 금기사항이었다”고 했다.

아이돌들에게 ‘언어 영역’ 부담도 늘었다. ‘사랑해’ ‘자기야’를 비롯해 ‘나 귀엽지?’ 등 관객들을 ‘빵 터지게’ 하는 짧은 현지어도 배워야 한다. 여기에 더해 외국 팬들의 서툰 한국어에 빨리 반응해야 하고, 나라별로 팬들이 잘 아는 우리말 코멘트도 준비해야 한다. 한 아이돌 기획사 관계자는 “‘보고 싶었어’와 ‘여기 최고야!’는 아시아권 팬들이 100% 알아듣고 환호하는 한국말이어서 공연 때마다 빼놓지 않는다”고 했다.

역사적 배경도 알고 가면 좋다. 이달 초 JYJ의 콘서트가 열린 칠레와 페루는 한국과 일본처럼 뿌리 깊은 경쟁국이다. 페루 콘서트 때 칠레 공연 영상을 스크린으로 보여줬더니 객석에서 ‘페루! 페루!’ 하는 야유성 연호가 터져 나왔다. JYJ 측은 “페루 방문 영상을 틀어주자 그때 환호가 나왔다”고 전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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