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얘기 끌어내기, 여자 당하겠어요?”

  • Array
  • 입력 2012년 2월 21일 03시 00분


코멘트

잘나가는 토크쇼, 여성PD 3인방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 최영인 CP, KBS2 ‘승승장구’ 박지영 PD, KBS2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 이예지 PD(위에서 부터)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 최영인 CP, KBS2 ‘승승장구’ 박지영 PD, KBS2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 이예지 PD(위에서 부터)
‘잘나가는 토크쇼 뒤엔 여성 PD가 있다.’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이하 힐링캠프), KBS 2TV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이하 안녕하세요)와 ‘승승장구’. 이들 프로그램은 요즘 뜨는 토크쇼라는 것 외에 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여성이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다는 점.

힐링캠프의 최영인 CP는 ‘진실게임’ ‘야심만만’ ‘밤이면 밤마다’ 등을 성공시킨 토크 프로그램의 ‘대모’다. 지난해까지 직접 촬영장을 누볐던 최 CP는 힐링캠프의 섭외와 프로그램 방향 설정 등 전체 기획을 맡고 있다. 2004년 입사한 ‘안녕하세요’의 이예지 PD와 2003년 입사한 ‘승승장구’의 박지영 PD는 이번 프로그램이 각각 연출 데뷔작이다.

○ 토크쇼 ‘띄운’ 우먼파워


세 토크쇼에서는 유독 ‘고백’을 많이 접하게 된다. ‘승승장구’에서는 최근 개그맨 이수근이 아내의 투병 사실을 털어놔 큰 반향을 일으켰다. ‘힐링캠프’는 연예인 외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정치인이 출연해 속 깊은 이야기를 들려주며 관심을 끌었다. ‘안녕하세요’에서는 가슴이 커 고민인 ‘H컵녀’, 5남매 장남으로 육아 고민에 빠진 열네 살 소년 등 남모를 고민에 빠진 일반인이 출연해 화제가 됐다.

스타들의 감춰진 가족사, 불치병 고백부터 일반인들의 고민상담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이 방송을 통해 소개되며 시청자의 공감을 이끌어낸 데는 여성 PD의 섬세함이 한몫했다는 평가다. 모은설 승승장구 작가는 “이미 잘 알려진 인물, 같은 이야기라도 (여성 PD는) 그 안에서 작은 단초를 잡아 새롭게 키우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평했다.

최영인 CP는 “어떤 분위기를 담고, 편집할 때 어떤 말을 사용해 감정선을 이어 가느냐에 따라 시청자가 받는 감동의 진폭이 다르다”며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토크쇼는 섬세하고 예민한 감성을 가진 여성에게 유리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여성적 리더십과 배려심은 여성 PD가 이끄는 프로그램의 또 다른 특징이다. 힐링캠프 MC인 개그맨 이경규 씨는 “여성 PD들은 출연자의 의중을 빨리 파악하기 때문에 좀 더 편하게 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예지 PD는 “방송 녹화 전후에도 출연자들을 좀 더 많이 챙기려고 하는데, 안 보이는 부분에서 쏟은 노력이 방송에서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앞으로 예능 여풍 더 거세질 것”


세 프로그램 모두 꾸준히 시청률 상승세를 이어가 현재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몇 년간 월요 예능에서 시청률 1위로 군림했던 MBC ‘놀러와’의 아성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도 동시간대 토크쇼 ‘힐링캠프’와 ‘안녕하세요’의 인기가 탄력을 받기 시작한 지난해 말부터였다. 방송이 시작된 지 6개월(힐링캠프), 1년 남짓(안녕하세요) 지난 두 프로그램은 현재 안정적인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화요 예능도 지각변동 중이다. ‘승승장구’는 지난해 말부터 동시간대 SBS ‘강심장’을 누르고 선두를 차지하고 있다.

여성 PD의 영향력은 앞으로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2000년대 초부터 각 방송국에서 활동 중인 여성 PD가 계속 늘고 있다. KBS의 경우 현재 ‘개그콘서트’ ‘남자의 자격’ 등 주요 예능프로그램의 연출자가 모두 여성이다. 과거 주요 프로그램을 담당하던 남성 PD들이 종합편성채널과 케이블 방송국 등으로 옮긴 것도 여성 연출자들의 데뷔를 앞당기는 계기가 됐다.

전진국 KBS 예능국장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여성 PD들의 ‘입봉’(연출 데뷔)이 시작됐다”면서 “남성 못지않게 뚝심이 있는 데다 섬세함과 치밀함까지 뛰어나 앞으로 더욱 기대되지만 일 때문에 시집 못 가는 PD가 많아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