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 빛과 물안개가 몰래 만나 춤을 춘다

  • Array
  • 입력 2012년 1월 31일 03시 00분


코멘트

■ 올림픽공원 소마미술관, 7월 백남준 ‘워터 스크린 레이저’ 재가동

서울 소마미술관은 백남준 탄생 80주년을 기념해 그가 미국 작가 노먼 밸러드와 협업으로 만든 ‘올림픽 레이저 워터 스크린’을 7월 특별전을 통해 다시 선보인다. 분수 물 표면을 스크린 삼아 화려한 레이저쇼를 펼치는 이 작품은 2001년 첫선을 보였으나 고장으로 7년 동안 볼 수 없었다. 소마미술관 제공
서울 소마미술관은 백남준 탄생 80주년을 기념해 그가 미국 작가 노먼 밸러드와 협업으로 만든 ‘올림픽 레이저 워터 스크린’을 7월 특별전을 통해 다시 선보인다. 분수 물 표면을 스크린 삼아 화려한 레이저쇼를 펼치는 이 작품은 2001년 첫선을 보였으나 고장으로 7년 동안 볼 수 없었다. 소마미술관 제공
《사방이 어둑어둑해지면 호수 안 분수에서 내뿜는 물안개 위로 레이저가 만드는 환상적인 이미지들이 춤을 춘다. 다섯 개 원이 겹쳐진 오륜기, 아름다운 태극 문양, 빙글빙글 회오리치는 빛 무리가 밤을 수놓는다. 29일 작고 6주기를 맞은 세계적 미디어 아티스트 백남준(1932∼2006)이 남긴 세계 유일의 워터 스크린 레이저 작품이 되살아난다.》
백남준홀이 들어설 공간을 둘러보는 소마 미술관 이성순 명예관장(왼쪽)과 이정성 아트마스타 대표.
백남준홀이 들어설 공간을 둘러보는 소마 미술관 이성순 명예관장(왼쪽)과 이정성 아트마스타 대표.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내 소마미술관은 그의 탄생 80주년(7월 20일)을 기념하는 백남준 특별전(7월 5일∼9월 16일)에서 이 작품을 7년 만에 재가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3월엔 그의 작품을 상설 전시하는 ‘백남준 미디어 홀’도 3전시실에서 문을 연다.

그가 미국 작가 노먼 밸러드와 협업으로 만든 ‘올림픽 레이저 워터 스크린’은 분수 물 표면을 스크린 삼아 레이저 쇼를 펼치는 작품으로 2001년 첫선을 보였다. 올림픽공원의 성격에 맞춰 제작된 작품은 2005년 고장으로 작동을 멈췄다. 잊혀진 작품이 새 생명을 얻고, 뿔뿔이 흩어졌던 작품들이 만나기까지 소마 이성순 명예관장과 ‘백남준의 손’으로 유명한 전자 기술자 이정성 아트마스타 대표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 잊혀진 보물의 귀환

“2010년 9월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백남준 회고전이 열렸을 때 만난 베를린 현대미술관장이 레이저 작품의 안부를 챙기며 왜 가동하지 않느냐고 묻더군요. 이런저런 난관이 있었으나 귀한 작품을 되살릴 수 있어 정말 다행입니다.”(이성순) “선생님이 1996년 쓰러진 뒤 한국에 올 수 없어 한밤중에도 두세 시간씩 통화하며 완성한 작품입니다.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던 분이라 천혜의 호수를 이용한 작품을 구상하신 거죠. 이번에 150개 모니터를 연결한 대작 ‘메가트론’도 제자리를 찾게 돼 기쁩니다.”(이정성)

백남준과 소마의 인연은 소마미술관 건립 이전으로 거슬러 간다. 수필가 이경희 씨의 책 ‘백남준, 나의 유치원 친구’에 따르면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조망을 해친다는 이유로 미술관 건립을 반대하는 바람에 착공이 중단됐을 때 백남준은 소꿉친구에게 편지를 보냈다. 21세기 한국의 관광업 전체를 좌우하는 좋은 프로젝트가 될 것이니 건립 추진 운동을 벌여 달라고 당부한 것.

또 이경성 초대관장은 설계 때부터 천장 높은 백남준 비디오홀을 구상하고 작품 제작을 의뢰했다. 마침내 이정성 씨의 손으로 ‘메가트론’이 설치됐으나 세월은 흐르면서 이 공간은 일반 전시실로 사용됐다. 경기 광명시 경륜장으로 거처를 옮겼던 작품은 이제야 집을 찾은 셈이다.

○ 백남준 열기의 확산

백남준홀이 문 열면 올림픽기념관에 있는 ‘금관’도 옮겨온다. 그가 꿈을 꾸면 이를 현실로 만든 이정성 씨는 작품에 얽힌 일화를 들려주었다. “신라금관이야 많지만 백제 것으로는 소마의 작품이 유일하다. 선생님이 옛 백제 땅에 자리한 미술관 특성을 살린 금관을 만들고 싶다고 해서 박물관에서 몰래 사진을 찍어 보냈다”고 일화를 들려준다. 그러자 이 관장은 “화려한 신라금관과 다른 모양새인 이유를 알겠다”며 반가워했다.

1988년 국립현대미술관의 ‘다다익선’을 만든 이래 백남준이 세상 뜰 때까지 그를 보좌한 이정성 씨. 그는 마당에 놓인 백남준의 ‘쿠베르탱’을 살펴보면서 “여기저기 손봐야겠다”고 혼잣말을 하더니 “대작가를 욕되게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살아왔다. 앞으로도 선생님 작품이 온전하게 작동해 사람들과 소통하도록 힘을 쏟고 싶다”고 말했다. 그 말을 받아 이 관장은 “탄생 80주년을 맞아 세계적 작가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행사가 국가적 문화행사로 펼쳐지고 백남준 열기가 모국에서 세계로 널리 퍼져 가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고미석 전문기자 mskoh11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