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웨이’의 한 장면.국내 영화 사상 최대인 280억 원의 제작비를 들인 한국형 블록버스터 영화 ‘마이웨이’가 흥행에서 실패를 맛보고 있다. 한 영화의 성패를 넘어 한국형 블록버스터 전략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1일 개봉한 마이웨이는 10일 오후 현재 203만 명을 모았다. 영화 투자배급사인 CJ E&M의 분석에 따르면 이 영화의 국내 최종 스코어는 250만 명을 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 영화의 손익분기점은 700만 명 정도로 분석돼 현재의 흥행 추세가 이어질 경우 큰 손해가 예상된다.
이와 대조적으로 할리우드의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네 번째 작품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은 지난해 12월 15일 개봉 이후 줄곧 흥행 1위를 달리며 637만 명을 불러 모았다. 마이웨이는 한때 흥행 2위에 올랐지만 현재는 같은 날 개봉한 ‘셜록 홈즈: 그림자 게임’에도 밀려 흥행순위 3위로 처졌다. CJ E&M 측은 “죽어가는 자식에게 산소호흡기를 대고 있는 심정으로 마케팅에 마지막 안간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태극기 휘날리며’로 1000만 관객을 모은 강제규 감독이 7년 만에 연출한 이 영화는 대규모의 제작비에 장동건, 오다기리 조(小田切讓), 판빙빙(范氷氷) 등 한중일 톱스타를 캐스팅해 관객과 영화계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린 뒤 실망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대규모 전투신은 눈길을 끌었지만 스토리가 단순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강 감독의 전작 ‘태극기…’를 연상시키는 전쟁영화라는 점이 기시감을 일으켜 관객이 외면했다는 분석이 있다. 정지욱 평론가는 “중국 일본 등의 시장을 의식한 무리한 기획과 캐스팅 때문에 스토리가 이상해졌다. 관객들은 ‘짧게 등장하는 판빙빙이 왜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고 했다.
마이웨이 외에도 최근 고예산 대작 영화들의 저조한 흥행 성적을 볼 때 ‘규모의 경제’를 추구해 국내 시장을 석권하고 해외 시장까지 개척하려던 영화계의 ‘한국형 블록버스터’ 전략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여러 영화전문가는 지적했다. 지난해 100억 원이 넘는 대작 영화들은 줄줄이 흥행에서 쓴잔을 마셨다. 제작비 120억 원대인 ‘7광구’는 220만 명에 그쳤으며 120억 원 이상을 들인 ‘고지전’도 300만 명에 못 미쳤다. 100억 원을 들인 ‘퀵’은 300만 명을 조금 넘겼다. 반면 ‘써니’ ‘최종병기 활’이 600만 명, ‘도가니’와 ‘완득이’가 400만 명을 넘는 등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을 들인 영화가 스토리의 잔재미를 제공하며 선전한 것을 곱씹어봐야 한다는 것이다. 김미현 영진위 정책연구팀장은 “영화 대기업의 규격화된 투자관리와 콘텐츠 개발 방식을 재고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전략적 수정이 필요하더라도 케이팝과 드라마 한류에 비해 저조한 편인 ‘영화 한류’붐을 일으키는 노력은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영화계 전반의 목소리다. 전찬일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는 “한국형 블록버스터 영화들의 경우 화려한 영상에만 치중해 섬세한 드라마 구축에 소홀한 것이 실패 원인”이라면서 “이런 점을 보완하면서 세계 시장으로 나아가야 한다. 5000만 명밖에 안 되는 내수시장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박덕호 영진위 국제사업센터장은 “‘페이스 오프’ ‘미션 임파서블2’ 등을 만든 중국 출신 존우(우위썬·吳宇森) 감독도 수많은 실패 끝에 할리우드에서 성공했다”며 “세계인에게 흡인력이 있는 스토리텔링을 발굴해 계속 해외 시장에 도전해야 한다”고 했다.
마이웨이는 14일 일본에서, 3월에는 중국과 미국 시장에서 개봉할 예정이다. 국내 시장에서 고전한 마이웨이가 해외 시장에서 어떤 성적을 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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