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소 삼총사, 일주일 만에 바둑판 갈아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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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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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철한, 천원전 2연패 이어 원성진, 세계대회서 첫 우승
박영훈도 명인전 2연패 달성

타이젬 제공
타이젬 제공
바둑계 ‘소띠 삼총사’ 최철한 원성진 박영훈 9단(26)이 일주일 새 국내외 타이틀을 잇달아 따냈다. 1985년생인 이들 삼총사는 어려서 입단해 한국 바둑계를 이끌어 나갈 재목감으로 주목받았다. 이창호-이세돌의 뒤를 이을 허리로 성장한 이들이 최근 다시 힘을 내기 시작한 것.

최철한이 먼저 시동을 걸었다. 조한승 9단에게 국수 자리를 내준 지 얼마 안 된 1일 제16기 박카스배 천원전 결승 2국에서 윤준상 9단을 상대로 승리해 종합전적 2-0으로 우승했다. 대회 2연패, 통산 4차례로 이 대회 최다 우승. 그로서는 아픔을 추스르고 거둔 귀한 승리였다.

다음은 원성진. 구리 9단과의 3연전으로 치러진 제16회 삼성화재배 결승전. 주변에서는 세계대회 결승전에 처음 출전한 그보다는 세계대회에서 7회 우승한 구리의 승리를 점치는 쪽이 더 많았다. 그는 1국에서 구리의 대마를 잡으며 ‘원펀치’의 위력을 보여줬다. 2국에서는 졌으나 7일 치러진 3국에서 정확한 마무리로 세계대회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하루 뒤인 8일 이에 뒤질세라 박영훈이 우승컵을 안았다. 제29기 하이원리조트배 명인전 결승 4국에서 백홍석 9단(당시 8단)을 이겨 종합전적 3-1로 대회 2연패를 일궈냈다. 그로서는 GS칼텍스배 결승에서 박정환에게 우승컵을 내준 기억을 훌훌 털어낼 수 있었다.

셋은 코흘리개 시절부터 알던 사이. 원성진에 따르면 일곱 살 무렵 유치부 바둑대회에서 처음 박영훈을 만났고, 이어 최철한과도 알게 됐다. 초등학생 때 한국기원 연구생 생활을 함께했으며, 충암중고를 바둑특기생으로 같이 다녔다.

1997년 최철한이 먼저 프로가 됐고, 원성진 박영훈이 1년 차로 입단했다. 가장 먼저 두각을 나타낸 것은 박영훈. 입단 2년 만인 2001년 천원전에서 우승하며 첫 타이틀을 따냈다. 공교롭게도 셋 모두 첫 타이틀이 천원전이다. 2003년엔 최철한이, 2007년엔 원성진이 뒤를 잇는다.

박영훈은 2004년 후지쓰배에 우승하면서 생애 첫 세계대회 타이틀을 거머쥔다. 그 덕에 9단에 오르면서 최단기간 9단 승단(4년 6개월) 기록도 갖는다. 이후 최철한이 2005년 중환배를 따냈다. 원성진은 뚜벅뚜벅 소걸음으로 올해 삼성화재배를 차지하면서 친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원성진은 “요즘은 서로 바빠 예전만큼 자주 못 본다”면서 “한국기원 검토실에서 만나거나 가끔 술자리를 같이한다”고 말했다. 최철한은 최근 공식석상에서 “친구들 중 생일이 빠른 내가 먼저 결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상대는 여자 프로기사. 박영훈은 바둑관계자와, 원성진은 일반인과 사귀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양섭 전문기자 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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