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베스트셀러 10’ 들여다보고 비틀어보니… 각계 전문가들 100자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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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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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하는데 대안은 없고… 눈물 강해 부담스럽고…

《 2011년 출판계는 ‘아프니까 청춘이다’와 같이 젊은 세대를 대변하고 위로하는 책이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내년 선거의 해를 앞두고 정치 관련 서적들도 잇따라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영화나 드라마의 원작 소설인 ‘도가니’ ‘마당을 나온 암탉’ ‘뿌리 깊은 나무’ 등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는 아마존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르며 ‘문학한류’의 희망을 보여줬다. 올해 교보문고와 YES24 등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베스트 10’에 공동으로 오른 책들의 성과와 아쉬운 점에 대해 각계 전문가들의 100자평을 들었다. 》   
▼ 어깨 다독이지만 달콤한 ‘당의정’ ▼

● 아프니까 청춘이다

이건 좋다!☞ 20대 청춘을 잘 아는 멘토가 그들의 지친 어깨를 다독여주며 위로의 말을 건네는 책. 공감할 수 있는 조언과 어록이 넘친다. 멋진 제목으로 독자를 사로잡은 출판사에도 박수를 보낸다.

이건 나쁘다!☞ 사회적 문제를 개인적 차원으로 끌어내려. 위로와 공감만 있을 뿐 해결책 없는 ‘당의정’에 불과. 책 한 권 안 보는 사람도 화제가 된다니 찾아 읽는 책. 1등만 남는 출판 유통 구조를 여실히 보여준다.

▼ 정의 다시 생각… 끝까지 읽기 어려워 ▼

● 정의란 무엇인가

이건 좋다!☞ 혈연이나 학연, 지연 등으로 인해 법치주의가 개입하지 못하는 한국 상황에서 서구적 관점의 정의를 생각해보게 한 책. 수많은 사례는 법치주의 국가에 필요한 정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했다.

이건 나쁘다!☞ 미국 사회에서 논의되는 우파 입장의 형식적 정의만 말한다. 정치철학과 윤리학 전공학자들은 제목이 과대 포장됐다고 여긴다. 칸트주의나 공리주의 공동체주의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없으면 끝까지 읽기 어렵다.
▼ 폭넓은 공감 얻어… 감정 너무 자극 ▼

● 엄마를 부탁해

이건 좋다!☞ ‘엄마’라는 보편적인 소재를 통해 많은 사람의 공감을 획득해 성공했다. 시점을 달리해 펼쳐지는 엄마에 대한 회상은 눈물샘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한국 문학 수출의 이정표를 세운 작품.

이건 나쁘다!☞ 작정하고 독자의 눈물을 쥐어짜는 느낌. 감정을 자극하는 농도가 너무 강해 부담스럽다. 작품 배경인 어려웠던 지난 시기를 기성세대는 기억하고 싶지 않고, 젊은 세대는 공감하기 힘들 수 있다.
▼ 드라마 같은 전기… 전달력 부족해 ▼

● 스티브 잡스

이건 좋다!☞ 잡스의 투병과 죽음이라는 드라마가 겹쳐 전 세계적인 대박을 이끌어냈다. 잡스를 스마트 기술혁명을 이끈 영웅으로 미화하지 않고 인간적인 면모와 실패담까지 담아 잡스만의 철학과 감수성에 공감할 수 있다.

이건 나쁘다!☞ 스티브 잡스의 철학인 미니멀리즘과 정반대되는 커다란 사이즈의 책. 이해하기 쉽고 단순한 애플 제품과 달리 ‘소장용’ 책 분위기다. 숨겨진 일화는 많이 담았지만, 일목요연한 메시지 전달은 부족.
▼ 불편한 진실 알렸지만 완성도 아쉬워 ▼

● 도가니

이건 좋다!☞ 묻혀 있는, 사람들이 알고 싶어 하지 않는 듯한 진술을 수면 밖으로 꺼낸 점에서 매우 가치 있는 작품이다. 사회적인 현상을 잘 짚었다는 소재 선택의 탁월성에서 관심과 흥미를 이끌어낸다.

이건 나쁘다!☞ 내용이 너무 우울한 데다 비관적인 결말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소설적 완성도나 밀도 등 문학성 측면에서 보면 아쉬움이 많다. 소설보다 르포 기사에 가깝다.
▼ 무능한 정치 꼬집다가 아예 뭉개버려 ▼

● 닥치고 정치

이건 좋다!☞ 대중에게 권력에 대한 문제의식을 효과적으로 전파. 시민 스스로 권력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감시 견제하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파했다. 제도 정치권의 무능을 잘 꼬집었다.

이건 나쁘다!☞ 정치의 중요성을 뭉개버림으로써 정치의 순기능조차 도매금으로 매도. 기존 정치인들을 싸잡아 희화하고 조롱함으로써 정치공동체가 직면한 정말 중요한 문제들에 대응해야 할 리더십을 부정한다.
▼ 편하게 다가오는 또 다른 자기계발서 ▼

● 생각 버리기 연습

이건 좋다!☞ 대중의 눈높이에 맞게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하고 일상생활에서 잡념을 버리는 실천법을 제시한다. 누구나 생각을 버리고도 읽을 수 있어 베스트셀러가 됐다. 겉표지도 훌륭하다.

이건 나쁘다!☞ 상투적 자기계발서와 다르지 않다. 저자가 스님인 만큼 불교이론에 입각해 색다르게 접근할 것이라 기대했는데 너무 편하기만 하다. 불교의 지혜가 품격 있게 녹아든 책을 기대했다면 실망스럽다.
▼ 청춘에 용기 주지만 너무 가르치려 해 ▼

● 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 혁명

이건 좋다!☞ ‘아프니까 청춘이다’에 인문학적 지식과 깊이를 더한 책. 위로를 넘어 젊은이들이 삶을 개척하고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까지 제시. 다방면에 관심이 많은 저자가 펼치는 지적 향연에 취할 수도.

이건 나쁘다!☞ 너무 가르치려 하는 느낌. 현실적 대안보다 ‘책 많이 읽고 글 열심히 써라’ 등의 원론적 해법에 머물러. 안철수 서울대 교수와 함께한 ‘청춘 콘서트’ 이후 일련의 사회 변화로 인해 ‘정치적’으로 읽힌다는 것도 아쉬움.
▼ 자유주의 경제 역사적 사실 과대포장 ▼

●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이건 좋다!☞ 자유주의 경제에 관해 큰 화두를 던진 책. 젊은 세대나 평범한 샐러리맨이면 누구나 품어볼 만한 의문을 제기했다. 논란이 커진 것 자체가 우리 사회가 그동안 한쪽으로 편중돼 있었다는 방증이다.

이건 나쁘다!☞ 역사적 사실을 과대포장해 일반화한 오류.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는 문제의 원인을 자유주의 경제학으로만 귀착해 설명. 선진국도 초기에는 보호무역으로 성장했다고 주장하는데 사실과 맞지 않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 도움말 주신 분 ::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 서진영 자의누리경영연구원장, 이현우 한림대 연구교수, 윤평중 한신대 교수, 최명기 정신과 전문의, 정지훈 관동대 의대 명지병원 융합의학과 교수, 이남훈 ‘CEO 스티브 잡스가 인문학자 스티브 잡스를 말하다’ 저자, 송원근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조정실장, 손택수 실천문학사 대표, 강미영 민음사 부장, 윤희영 현대문학 팀장, 원미선 문예중앙 편집장, 이진남 숙명여대 교양교육원 교수,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대표이사, 신종원 서울YMCA 시민사회개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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