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두게 해준 한국에 감사… 지난 13년 정말 행복했습니다” 루이나이웨이, 중국 컴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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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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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이웨이(오른쪽)와 남편 장주주.
루이나이웨이(오른쪽)와 남편 장주주.
‘철녀(鐵女)’ 루이나이웨이(芮乃偉·48) 9단이 다음 달 중국으로 돌아간다.

1999년 3월 한국기원 객원기사를 거쳐 한국에 정착한 지 12년 8개월 만이다. 중국 기원과의 불화로 1990년 현재의 남편 장주주(江鑄久·49) 5단과 함께 중국을 떠나 미국 일본 등을 떠돌며 바둑을 두던 세월까지 감안하면 만 21년여 만에 고향으로 돌아가는 셈이다.

루이 9단에게 고국으로 돌아가는 감회 등을 28일 전화로 물어봤다. 그는 유창하지는 않지만 또박또박한 한국어로 대답했다.

“바둑을 두지 못하던 시절에 바둑을 두게 해준 한국 바둑계에 감사한다. 내게는 행복한 12년 8개월이었다. 앞으로 한중 바둑 교류에 도움이 되게 노력하겠다.”

루이 9단은 귀국을 결심한 계기에 대해서 “내가 나이를 먹은 데다 부모님도 나이가 드셔서 고향에서 살고 싶었다. 게다가 중국 기원에서도 바둑 경기에 나갈 수 있도록 허락해줘 돌아갈 결심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돌아가면 베이징과 상하이를 오가며 생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에서는 국가대표팀에서 각종 경기에 참여하고, 고향 상하이에서는 바둑 꿈나무들을 키우는 일을 하게 된다. 남편이 9월 부부의 이름을 따 ‘장루이웨이치(江芮圍棋)’라는 바둑교실을 열었다. 현재 5∼12세의 바둑 영재 90여 명이 배우고 있다고 한다.

루이 9단이 2001년 5월 한국기원 소속기사로 편입된 이후 한국 여성바둑계는 급성장했다. 그전까지 세계대회에서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던 한국 여자선수들이 10차례(개인전 6회, 단체전 4회)나 우승(루이 우승 제외)하기도 했다. 그가 한국에서 거둔 29승 중 27승이 여류기전에서 나왔다. 여류 명인·국수·기성 등 여류 3대 기전 타이틀 보유자이기도 하다.

그의 이 같은 성적은 타고난 기재도 있지만 한국기원 검토실이든, ‘소소회’ 리그전이든, 10대 소년이든, 80대 노인이든 가리지 않고 배우는 자세로 임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여자 기사들은 그의 노고에 감사하는 뜻으로 30일 저녁 자리를 마련한다.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바둑은 “2000년 이창호 9단과 겨뤄 국수전 도전자가 된 바둑”이라고 말했다. 그해 결국 조훈현 국수를 꺾고 국수가 됐다. 여자 기사가 본격기전에서 우승한 것은 세계기전 사상 처음이었다. 루이는 한국에서 친하게 지낸 기사로 조 국수와 ‘올 인’의 실제 주인공 차민수 사범을 꼽았다. 조 국수는 바둑을 둬주고 김치를 담가 보내줬고, 차 사범은 루이 부부가 한국에서 바둑을 둘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루이 9단은 GS칼텍스배 예선 출전을 끝으로 한국에서 공식일정을 마치고 다음 달 26일경 돌아간다.

윤양섭 전문기자 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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