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바둑계는 지금 ‘제한시간’ 논쟁 중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27일 03시 00분


바둑리그 이창호 실수 놓고 “속기 줄이자” “길면 지루해”○이세돌 9단 ●이창호 9단

“좋은 기보를 위해서는 장고바둑을 늘려야 한다.”

“속기전이 대세다. 누가 온종일 두는 바둑을 보겠나.”

지난 주말부터 바둑팬 사이에서는 제한시간을 두고 인터넷에서 논란이 뜨겁다. 발단은 21일 열린 한국바둑리그 6라운드 이세돌 9단(신안천일염)-이창호 9단(넷마블)의 주장전 대국. 이 대국은 두 기사가 지난해 12월 바둑왕전 본선 이후 7개월 만에 만난 데다 바둑리그에서는 2005년 이후 6년 만에 마주한 것이라 팬들의 관심이 높았다.

이날 대국의 하이라이트는 좌변 대마 수상전. 이창호 9단이 좌변 백 대마를 잡기 위해 흑 4로 치중한 데 대해 백이 5로 둔 장면(장면도). 이창호 9단은 백 대마를 잡는 길(참고 1, 2도)이 있었으나 덜컥 지는 길(실전 진행)을 갔다.

대국 뒤 사이버오로 광장에서 한 누리꾼 논객이 “이창호가 ‘아홉’ 소리에 허둥지둥 착점하는 게 비일비재했다. 고수가 수를 찾지 못한 것은 40초 5회밖에 안 되는 제한시간 때문”이라며 속기전 난립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올렸다. 이에 찬반 댓글이 올라오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이 논객은 “바둑은 다른 스포츠와는 달리 시간이 필요한 종목인데 속기는 한마디로 부실공사를 전제로 진행되는 바둑”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인기와 재미를 위해 열리는, 실수가 많은 이벤트 기전 말고 대국자가 혼신의 힘을 쏟아내며 생각의 깊이를 겨루는 진짜 바둑, 정면승부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찮다. 요즘 같은 바쁜 시대에 온종일 두는 바둑이나 이틀거리 바둑을 누가 보겠느냐는 것. 또 “장고바둑이 주류인 일본이 세계무대에서 뒤지는 것을 보면 꼭 제한시간이 길다고 해서 실력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한다. 최규병 프로기사회장은 “속기전이 좋은 기보가 어렵기는 하지만 팬들이 유명 기사들의 대국을 TV를 통해 가까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일장일단이 있다”며 “다양한 바둑이 공존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윤양섭 전문기자 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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