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노의 음식이야기]<58>피단(皮蛋)

동아일보 입력 2011-07-19 03:00수정 2011-07-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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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 건국한 주원장의 ‘전투식량’… 오리알 삭혀 만들어
얼마 전 CNN방송의 여행정보 사이트에서 악마가 낳은 알 같다며 끔찍하고 혐오스러운 음식이라고 보도해 중국인들의 거센 반발을 샀던 음식이 있다. 바로 오리알이나 계란을 삭힌 피단(皮蛋)이다. 중국 음식점에서 오향장육 등을 주문하면 곁들여 나오는 새까만 달걀이 피단이다.

‘악마가 낳은 알’ 같다고 했는데 피단이 만들어진 배경에는 이유가 있다. 저장시설이 발달하지 못했던 고대에 오리나 닭 같은 조류의 알을 장기 보관하기 위한 지혜에서 비롯된 음식이다.

알을 삭히면 몇 개월 이상 장기 보관할 수 있어 오랫동안 먹을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오리알 특유의 비린내도 없앨 수 있다. 오리는 생선을 먹기 때문에 알에서 비린내가 날 수 있다. 하지만 피단처럼 삭히면 특유의 비린내가 사라진다고 한다.

피단은 오리알이나 계란을 찰흙, 소금, 왕겨, 석회를 섞은 곳에 파묻고 두세 달 삭혀서 만든다. 시간이 지나면 흰자위가 굳어져 아교 상태가 되면서 반투명의 맑은 흑색이 된다. 그리고 담황색 꽃무늬가 만들어지는데 마치 소나무꽃처럼 생겼다고 해서 쑹화(松花)라는 이름을 얻었다. 그래서 피단을 쑹화단(松花蛋)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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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들 대부분이 좋아하기 때문에 피단이 만들어진 배경을 놓고 다양한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후난(湖南) 성 이양(益陽)의 피단이다. 후난 성이 고향인 마오쩌둥이 좋아한 음식으로 예전 중국 외교부에서 국가 파티용품으로까지 지정한 명품 오리알이다.

이양 피단은 600년의 역사가 있다. 명(明)을 건국한 주원장이 군사를 일으킬 때 농민에게서 다량의 오리알을 거뒀다. 휴대에 편리한 전투식량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너무 많았던 모양이다. 현지 농부의 말에 따라 남은 오리알을 소금과 석회를 섞은 후 찻잎 더미에 묻어 보관했다. 나중에 꺼내 보니 삭아서 독특한 맛과 무늬가 새겨진 맛있는 피단이 됐다. 문헌이 아닌 구전으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다.

구전이 아닌 문헌상의 기록에서도 명나라 때 만들어진 것으로 나온다. 명나라 초기 본고장인 이양의 현지(縣志)에 피단이 만들어진 배경이 적혀 있다. 시골 농가에서 키우던 오리가 석회 더미 아래에 알을 낳았다. 이 알이 몇 개월 지난 후 발견됐는데 껍데기를 벗겨서 보니 흰자위와 노른자위가 모두 굳어 있었고 먹어 보니 맛이 독특했다.

더욱 정확한 기록으로는 명나라 효종 때인 1504년에 발행된 죽서산방잡부(竹嶼山房雜部)라는 책에 피단 만드는 법이 실려 있다. 계란을 석탄재 1말, 석회 1되에 소금물을 붓고 솥에서 한바탕 끓인 후 따뜻한 상태로 알을 덮는다고 했으니 바로 피단 만드는 법이다.

중국의 식품역사학자들은 피단의 뿌리를 6세기 무렵 북위 때의 농업서인 제민요술(齊民要術)에서 찾는다. 우리가 찜질방에서 먹는 훈제계란처럼 중국에서는 오리알을 소금물에 절여 먹는다. 셴야단(鹹鴨蛋)이라고 하는데 제민요술에는 오리알을 항아리에 넣고 소금물을 부은 후 한 달을 익히면 절여진다고 했다. 소금물로 절이는 대신 석회재로 삭힌 것이 피단이다.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썩은 달걀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낯선 외국 음식이라고 함부로 악마가 낳은 끔찍한 음식이라고 운운하는 것은 문화적 편견일 뿐이다.

<음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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