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 희생자 극락왕생 기원… 큰 상심과 피해 빨리 벗어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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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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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센다이서 천도재

동일본 대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일본 센다이 시의 사찰 쇼린사를 찾은 대한불교 조계종 자승 스님(가운데)이 8일 합장으로 예를 표하고 있다. 조계종 방문단은 일본 조동종과 공동으로 희생자를 위로하는 천도재를 열었다. 불교신문 제공
동일본 대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일본 센다이 시의 사찰 쇼린사를 찾은 대한불교 조계종 자승 스님(가운데)이 8일 합장으로 예를 표하고 있다. 조계종 방문단은 일본 조동종과 공동으로 희생자를 위로하는 천도재를 열었다. 불교신문 제공
“손자 두 명이 지진해일(쓰나미)에 떠내려갔습니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녀석들인데…. 아들같이 여기던 하나뿐인 조카는 나중에 차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아직도 그 생각만 하면 두 발로 서 있을 수 없습니다.”

대한불교 조계종이 8일 일본 미야기(宮城) 현 센다이(仙臺) 시에 있는 사찰 린코인(林香院)에서 일본 조동종(曹洞宗)과 함께 ‘동일본 대지진 희생자 합동 위령 천도재’를 열었다. 이 행사에 참석한 사사키 가즈오 씨(71)는 손자 둘과 조카 한 명을 잃은 슬픔에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천도재는 죽은 이의 영혼을 극락으로 보내기 위해 치르는 의식이다.

이 행사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과 조동종 종무총장 사사키 고이치 스님 등 양국 스님 60여 명이 참석했다. 일본에서 대표적인 종단의 하나인 조동종은 전국에 1만5000여 개의 사찰이 있는데 이번 동일본 대지진으로 동북부 지역 1250여 개 사찰이 큰 피해를 보았다.

천도재는 한국과 일본 측이 자국의 전통의식을 살려 2시간 동안 진행했다. 고인의 극락왕생을 바라는 묘법연화경과 반야심경 등이 낭독됐으며 태평소와 징, 바라, 북 등을 연주하며 피해자들의 넋을 위로했다.

자승 스님은 추모사를 통해 “끔찍한 재앙 속에서도 침착함과 평정심을 잃지 않는 일본 국민의 의연한 대처에 감동했다”며 “큰 상심과 피해에서 빨리 벗어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고 말했다. 이 의식에는 가족과 삶의 터전을 잃은 일본 주민 50여 명도 참석했다.

조계종 대표단은 천도재에 이어 피해가 극심했던 센다이 시 동북조선초중급학교와 사찰 쇼린(唱林)사를 방문했다. 총련 계열로 학생 21명이 재학 중인 동북조선초중급학교는 일본 정부로부터 정식 인가를 받지 못해 재난 복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센다이 시 지진 피해 지역 한가운데 위치한 쇼린사는 법당이 무너지는 피해를 입었다.

이번 방문에서 조계종은 동북조선초중급학교에 1000만 엔(약 1억3000만 원)의 복구비를 지원했다. 음악 교사인 윤길순 씨는 “학교가 다 무너지고 피아노도 쓸려 내려간 상황”이라며 “(조계종의) 지원으로 폐허가 된 학교 건물을 보수할 수 있게 돼 감사하다”고 말했다. 조계종은 쇼린사에는 50만 엔(약 650만 원)의 복구비를 내놓았다.

한편 자승 스님은 7일 가진 간담회에서 불교계 수장으로는 이례적으로 뼈아픈 자성의 목소리를 높였다. 스님은 “일본의 사찰에선 전통적인 염불의식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며 “우리 종단은 전통의식을 간단하고 편하게만 진행하다 보니 뼈대마저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스님은 최근 종단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자성과 쇄신의 결사운동과 관련해 “지난 50년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없다면 불교는 또다시 국민과 정부로부터 홀대받을 수밖에 없다”며 “불교는 ‘배 아플 때 찾는 약방’처럼 사회와 함께하는 종교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센다이=김진 기자 holyj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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