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130>曰不動心이 有道乎잇가…

  • 동아일보

맹자의 언설은 비유와 인증의 수사가 뛰어나고 질문에 대한 응답이 선명하다. 公孫丑(공손추)에게 不動心(부동심)에 대해 강론한 ‘공손추-상’ 제2장의 언설은 그 대표적인 예이다.

공손추는 맹자에게 “선생님이 지위를 얻어 王業(왕업)을 이루시게 된다면 마음이 동요하시지 않겠습니까”라고 물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의미 있고 중대한 사업을 행하는 경우 두려워 떨거나 의문을 품고 헷갈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맹자는 자신이 이미 마흔의 나이에 不動心을 했다고 했다. 공손추는 “선생님께서는 옛날의 勇士(용사)인 孟賁(맹분)보다도 훨씬 뛰어나시다”라고 칭송했다. 하지만 맹자는 자신의 부동심이, 살아 있는 소의 뿔을 뽑는 식의 힘을 과시하는 血氣(혈기)의 용기와는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했다. 그래서 자신보다도 앞서 告子(고자)가 이미 혈기의 용기와는 다른 식으로 부동심을 행한 일례가 있다고 환기시켰다. 이에 공손추는 부동심의 문제를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보게 되어, 부동심에 과연 방법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 질문에 대해 맹자는 매우 간명하게 “있다”고 확답했다.

有道乎의 道는 方法(방법)을 뜻한다. ‘梁惠王(양혜왕)-하’에서도 제나라 宣王(선왕)이 ‘交隣國(교린국·이웃나라와 사귀는 일)이 有道乎(유도호)잇가’라고 질문하면서 ‘道’라는 어휘를 방법이란 뜻으로 사용했다. ‘不動心有道乎’의 문장을 현토할 경우 不動心 다음에 ‘이’라는 주격조사를 놓는 것이 관례이다. 하지만 엄밀하게는 ‘不動心에’의 의미를 지닌다. 맹자의 대답에서 ‘有’는 뒤에 道를 생략한 말이라고 볼 수 있다. 현대 중국어에서도 有無(유무)를 묻는 질문에 대해 有의 사실로 답할 때 역시 간결하게 ‘有’라고 말한다.

맹자는 부동심에 방법이 있다고 간명하게 대답한 뒤, 실은 부동심의 방법에도 여러 종류가 있고 용기에도 여러 부류가 있다는 점을 설명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意志(의지)를 중시하는 부동심의 논리를 제시하게 된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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