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125>且王者之不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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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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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는 일국이 천하의 王者가 되기 위해서는 勢(세)와 時(시)를 기다려야 한다고 보았다. 그리고 제자 公孫丑(공손추)와의 대화에서, 지금 제나라는 과거 주나라 文王 때와는 달리 王業(왕업)을 이루기에 적합한 勢와 時를 맞이했다고 논평하고, 먼저 勢와 時 가운데서 勢에 대해 논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時의 도래에 대해 언급한 것이다.

王者는 천하에 왕 노릇하는 군주를 말한다. 作은 일어날 起(기)와 같다. 성글 疏(소)는 시간이 오래되었거늘 그런 일이 거의 없었다는 뜻이다. 未有∼는 ‘이제까지 ∼한 적이 있지 않았다’는 말로 완전 부정의 뜻을 나타내며, 지금 당장의 절박한 상황을 강조한 것이다. 憔悴(초췌)는 지쳐 바싹 말라 있음을 형용한다. 虐政(학정)은 苛酷(가혹)한 정치이다. ‘飢者에 易爲食이라’는 말은 굶주린 사람은 무슨 먹을 것이라도 쉽게 받아먹으므로 굶주린 사람에게는 어떤 먹을 것이라도 음식이 되기 쉽다는 뜻이다. 爲는 ‘∼이 되다’이다. ‘渴者에 易爲飮이니라’도 앞서의 구와 같은 짜임이다. 목마른 사람은 무슨 마실 것이라도 쉽게 받아 마시므로 목마른 사람에게는 어떤 마실 것이라도 음료가 되기 쉽다는 뜻이다.

주나라 문왕과 무왕으로부터 전국시대의 맹자 때까지 700여 년이나 되지만, 은나라 초기부터 중엽까지 어질고 성스러운 군주가 연이어 나왔던 것과는 달리 그런 군주들이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더구나 어진 신하나 왕족들이 군주를 보필하는 시대와는 다른 양상이었으므로 백성들은 가혹한 정치에 괴로움을 겪고 있었다. 맹자는 飢渴(기갈)이 심한 백성들에게 음식과 음료를 주듯 仁義(인의)의 정치를 베풀면 백성들은 그 군주를 의지하여 국가를 번영케 하는 물질적 기반을 이루리라고 보았다. 사실 정치란 백성들의 기갈을 덜어주는 일로부터 출발해야 하지 않겠는가.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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