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 차 한잔]‘생각, 엮고 허물고…’ 쓴 김용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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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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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력 원천은 크로스 싱킹”

여기 우주인이 사용하는 상형문자 두 개가 있다. 하나는 뾰족한 별 모양의 도형이고, 다른 하나는 끝이 둥근 아메바 모양이다. 이 둘 가운데 하나는 ‘키키’, 나머지는 ‘부바’라고 읽는다고 하면 어느 쪽이 ‘키키’일까? 한 연구팀의 실험 결과 응답자의 95% 이상이 뾰족한 도형일 것이라고 답했다.

‘생각, 엮고 허물고 뒤집어라’(21세기북스)의 저자인 김용학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58·사진)는 이를 “시각 영역과 언어 영역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사물의 형태와 단어의 발음은 머릿속에서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한 영역의 감각이 다른 영역의 감각과 연결되는 것이 공감각인데, 공감각이 풍부한 사람일수록 창의적이고, 이렇게 되려면 경계를 넘나드는 ‘크로스 싱킹(cross thinking)’이 필요하다고 그는 말한다.

‘생각…’은 한국의 네트워크 연구 1세대인 김 교수가 처음 펴낸 대중 교양서다. 학문, 산업, 문화 등 다양한 방면에서 연결과 융합이 만들어 내는 창의성의 효과를 보여주고 이를 위한 효과적인 전략을 제시한다.

“창의성, 통섭에 대한 책은 많았죠. 하지만 사회학의 네트워크 연구 틀에서 이들을 설명한 책은 많지 않았어요.” 김 교수는 18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책을 처음 구상한 것이 4, 5년 전인데, 그때부터 틈틈이 사례들을 모으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준비 기간이 길어서인지 240쪽 분량의 책에는 주제와 관련된 90개가 넘는 사회과학 연구를 인용했다. 학술연구 사례들이 많지만 지루할 틈을 주지 않을 정도로 흥미진진하다.

김 교수가 가장 깊은 인상을 받았던 네트워킹 사례는 무엇일까. “미국에서 정보기술(IT) 관련 특허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개발회사 ‘인텔렉추얼 벤처스’는 8명 정도의 각기 다른 분야 전문가를 모아 발명을 위한 브레인스토밍을 하는데, 한 번 모일 때마다 특허 발명품 수십 개가 쏟아져 나온다고 합니다.”

김 교수는 이 회사의 관행을 학교에서 실천해 볼 계획이다. “교수식당 한쪽에 전공이 다른 교수들이 앉아 토론할 수 있는 ‘무료 점심 식탁’을 만들자고 제안했는데, 학교 측에서 이 제안을 검토 중입니다. 독자들도 제가 신간에서 소개한 다양한 연결과 융합의 사례를 실행해 보고 본인만의 창의성을 구현했으면 합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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