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54회 국수전…바둑판에 드러난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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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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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철한 9단 ● 김지석 7단
도전자 결정전 3국 총보(1∼174) 덤 6집 반 각 3시간

한 판의 바둑을 이기기 위해서는 수많은 고비를 넘어야 한다. ‘이 길이 아니라 저 길이 아닐까’ 하는 불안을 이겨내야 하고, 이길 찬스에는 냉정해야 한다. 서로 승패를 주고받은 1, 2국의 탐색전이 끝난 탓일까, 3국에서는 초반부터 불꽃이 튀었다.

흑을 잡은 김지석 7단은 하변에 미니 중국식을 펼쳤고 최철한 9단은 즉각 뛰어들어 흑의 의도를 거슬렀다. 초반 몸싸움에서 불만 없는 절충이 끝나갈 무렵 등장한 흑 37이 대완착이었다. 불과 10여 집에 불과한 실리를 탐한 이 수 때문에 호각이던 흐름이 완전히 백으로 기울었다.

흑이 헛손질하는 사이 백은 상변을 넓히면서 우세를 확인해 간다. 김 7단의 마음에는 후회가 밀려온다. 이대로는 안 된다. 김 7단은 좌상변 백진에 뛰어들어 패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다. 결국 흑은 빵 때림을 두 번 하고 패를 이겼다. 하지만 백도 그 대가로 좌하귀를 확보해 백은 좌변 전체에 근 50집에 가까운 실리를 차지했다.

이후 바둑판에는 달아나는 최 9단과 쫓아가는 김 7단의 마음이 그대로 드러났다. 백은 간명하게 처리하고, 흑은 변화를 꾀한다. 백 68의 마늘모가 최 9단의 마음을 잘 보여준다. 백의 느슨한 간격을 보완하면서 추격의 빌미를 주기 않겠다는 뜻이다. 백 70도 마찬가지. 역끝내기 8집 정도로 16집 이상의 가치가 있는 큰 자리지만 아직 우변이 비어 있는 상황이어서 그 수를 두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최 9단으로서는 흑이 뛰어들어 분란을 일으키는 상황을 막기 위한 수였다. 그렇게 둬도 이길 수 있다는 냉정한 계산이 깔려 있다.

흑의 마지막 희망은 대마사냥. 흑 89로 백을 양분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후 흑은 백 대마를 잡기 위해 여러 차례 공격을 퍼부었지만 실패하자 패배를 시인했다. 61=49 백 불계승

해설=김승준 9단·글=윤양섭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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