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우먼동아 갤러리] 강원도 솔섬을 살려낸 세계적인 사진작가 마이클 케나 ‘철학자의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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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28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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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사진 작업을 위해 한국을 찾았던 영국작가 마이클 케나는 우연히 강원도 삼척 해안가를 지나다 한 장의 사진을 찍게 됐습니다. 고요한 바다와 하늘을 가르며 길게 자리한 모래톱 위에 가지런히 줄지어선 듯한 소나무 숲 사진이었죠.

▲ urosawa-s-Trees,-Study-1,-Memanbetsu,-Hokkaido,-Japan,-2004
▲ urosawa-s-Trees,-Study-1,-Memanbetsu,-Hokkaido,-Japan,-2004

이 흑백사진은 삼척 월천리의 작은 섬, 솔섬의 존재를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 후 국내 사진작가들이 줄을 이어 솔섬을 멋진 사진으로 담았고요.

2009년 삼척시가 천연액화가스(LNG) 생산기지를 이곳에 짓겠다고 발표했을 때 국내 사진작가들과 시민단체는 솔섬 보존운동에 나섰습니다. 결국 솔섬은 보존하고 솔섬 뒤쪽에 공장을 세우겠다는 약간의 양보를 얻어냈습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사진 한 장의 힘이었지요.

▲ Kotji-Beach,-Taean,-Chungcheongnamdo,-South-Korea,-2010
▲ Kotji-Beach,-Taean,-Chungcheongnamdo,-South-Korea,-2010

이토록 영향력 있는 사진을 찍는 작가 마이클 케나의 사진전 ‘철학자의 나무’ 전이 삼청동 공근혜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1980년대 초기 작품부터 최근작까지 30여 년간 찍어온 풍경사진 중 나무와 관련된 사진 50여 점을 모았다고 합니다. 중국 일본 한국 유럽과 미대륙에 걸친 다양한 나라의 독특한 분위기를 미니멀한 시각으로 포착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솔섬’ 사진을 비롯해 이번에 전시되는 50여 점의 나무 사진들은 흑백의 무한하고 아늑한 깊이감이 느껴집니다. 동양화의 수묵화에서 느낄 수 있는 잔잔하고 서정적인 삶의 여유도 엿볼 수 있고요.

▲ Pine-Trees,-Study-1,-Wolcheon,-Gangwando,-South-Korea,-2007
▲ Pine-Trees,-Study-1,-Wolcheon,-Gangwando,-South-Korea,-2007

강원도 월곳 솔섬과 안면도 꽃지 등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풍경이 담긴 사진도 반갑게 눈에 띕니다.

마이클 케나는 촬영부터 인화까지 자신의 손으로 직접 작업하는 아날로그 사진만을 고집합니다. “아날로그적인 과정이 주는 한계와 느림을 통해 기다림을 배운다”고 말하는 그의 사진은 법정스님의 잠언집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의 배경이 되기도 했습니다.

‘단순하고 담백하게 살아가는 나무처럼’ 살기 원했던 법정 스님처럼 마이클 케나의 이번 한국 개인전은 관람객 스스로가 ‘철학자의 나무’가 되어 따뜻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기회가 될 듯합니다.


전시 정보


전시명 Philosopher’s Tree 철학자의 나무
전시 작가 마이클 케나 Michael Kenna (1953~ 영국)
전시 일 ~ 2011. 3. 20 (일)
전시 시간 오전 10시 – 오후 6시 / 일 오후 12시 – 오후 6시(매주 월요일 휴관)
문의 공근혜 갤러리 02-738-7776 info@gallerykong.com

글·권소희<더우먼동아 http://thewoman.donga.com 에디터 uiui0620@naver.com>


사진작가 마이클 케나는…


컬러사진이 근접할 수 없는 흑백의 깊은 아우라를 내뿜는 사진을 만들어내는 영국 작가 마이클 케나(1953~).

전 세계 사진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그는 세계적인 팝스타이자 컬렉터로 유명한 엘튼 존의 절친이기도 하다. 엘튼 존은 마이클 케나의 작품으로 예술품 수집을 처음 시작했고 현재 2백 여 점의 마이클 케나 자품을 소장하고 있다.

2000년 프랑스 정부로부터 문화 예술공로 훈장인 슈발리에(Chevalier) 상을 받았으며, 스페인 미국 등 각 나라가 수여하는 예술상을 수상했다.

2009년에는 우리나라 외규장각이 보관돼 있는 프랑스 미테랑 국립 도서관(Biblioteque National de France)에서 대규모의 회고전을 열었다.

30여 년 동안 6백 개가 넘는 전 세계 화랑과 미술관에서 전시를 했으며 프랑스 국립 현대미술관을 비롯해, 도쿄 사진 미술관, 샌프란시스코 현대 미술관, LA 현대미술관·워싱턴 국립미술관, 상해 국립 미술관·런던 빅토리아 알버트 미술관 등에 작품이 영구 소장돼 있다.
공근혜 갤러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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