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민 말 모르지만 그의 노래 들으면 왜 가슴이 울리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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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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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원주민 가수 구루물 음반 국내출시

월드뮤직 장르에서 주목받는 호주 원주민 가수 제프리 구루물 유누핑구의 음반이 출시됐다. 팝스타 스팅은 그를 두고 “인간을 뛰어넘는 초월적 존재가 노래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뮤직컴퍼니
월드뮤직 장르에서 주목받는 호주 원주민 가수 제프리 구루물 유누핑구의 음반이 출시됐다. 팝스타 스팅은 그를 두고 “인간을 뛰어넘는 초월적 존재가 노래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뮤직컴퍼니
“나는 맹인으로 태어났지. 왜인지는 모른다네/신은 아시지. 왜냐면 신은 나를 사랑하시기 때문이지/자라면서 내 영혼은 알았지/그리고 난 세상이 어떻게 파멸되는지 깨닫게 되었네….”(‘구루물의 삶 이야기: 나는 맹인으로 태어났지’)

복잡하지 않은 기타 선율, 가스펠과 솔 음악의 분위기가 묻어나는 목소리. 호주 엘코 섬 원주민 가수 제프리 구루물 유누핑구의 음반 ‘구루물’이 국내에서 출시됐다. ‘주황발 무덤새’ ‘천둥’ ‘아버지’ 등 12개의 수록곡 중 영어로 부른 곡은 ‘구루물의 삶 이야기’와 ‘인류의 어머니’뿐이다. 나머지 10곡은 호주 원주민어인 욜릉우어로 불렀다.

들었을 때 가사가 바로바로 귀에 들어오지는 않지만 가슴을 울리는 목소리와 고요한 선율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와 함께 공연을 했던 영국 팝스타 스팅은 “그가 노래를 부를 땐 인간을 뛰어넘는 초월적 존재가 노래하는 것 같다”며 칭찬했고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는 “추운 밤 장작불 같은 위안을 주는 음악”이라 평가했다.

미국과 유럽 등에 100만 장이 넘는 음반을 판매하고 영국의 음악 잡지 ‘송라인스’가 선정한 ‘2009 올해의 월드뮤직 아티스트’에 선정되기도 한 구루물은 2010년 7월 갑자기 공연을 취소하고 사라졌다. 유럽과 미국투어를 준비하던 중이었다. 사람들은 그가 매체 인터뷰를 꺼렸던 점, 몸이 안 좋아졌다는 점 등을 떠올리며 자연을 떠나 지내며 마음의 병을 얻었으리라 짐작했다.

현재 그는 고향 엘코 섬으로 들어가 구마티 부족 마을에서 가족과 함께 지내고 있다. 그의 음악 주제들은 대부분 그의 조상과 가족, 고향의 부족과 자연, 자신의 삶 이야기를 담고 있다. 구루물도 “음악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조상과 가족, 엘코 섬의 전통 노래”라고 밝힌 바 있다.

황윤기 음악 칼럼니스트는 “구루물의 음악은 전통적인 것들로부터 받은 영감을 간직하면서도 세계 어느 나라 사람이라도 빠져들게 만드는 보편적 감동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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