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음악-무용-미술이 만든 ‘신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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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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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병기 50년 소리여행’ 예술경계 허문 환상적 무대

가야금 연주자 황병기 명인의 50여 년 작곡 활동을 기념한 헌정 공연은 선후배 간, 예술 경계 간 장벽을 허무는 화합의 축제였다. 사진 제공 서울예술기획
가야금 연주자 황병기 명인의 50여 년 작곡 활동을 기념한 헌정 공연은 선후배 간, 예술 경계 간 장벽을 허무는 화합의 축제였다. 사진 제공 서울예술기획
“제가 작곡을 시작한 것은 20대였는데 이제 70대가 됐네요. 후배들이 헌정 공연을 열어주니 영광스럽고 고맙기 짝이 없습니다.”

사회자 이금희 씨가 헌정 공연을 맞은 소감을 묻자 작곡가 겸 가야금 연주자 황병기 명인(74)은 이렇게 말했다. 4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2010 황병기의 소리여행, 가락 그리고 이야기’.

국악뿐만 아니라 록 음악, 무용, 미술을 하는 후배 예술가 52명이 참여해 황 명인의 작곡 활동 50여 년을 기린 자리였다. 3층 객석까지 가득 메운 관객 2000여 명도 큰 박수와 함성으로 축제에 동참했다.

황 명인이 작곡한 8곡이 무대에 올랐고 선후배 간, 예술경계 간 장벽을 허무는 이색 공연이 이어졌다. 서곡 ‘황병기의 50년 소리여행’은 가야금(이지영), 피아노(강상구), 타악(김웅식), 대금(한충은)의 소리에 김삼진 무용단이 춤을, 김기상이 그림을 보탰다. ‘영목’은 국악앙상블 ‘시나위’의 격정적인 연주에 무용가 김삼진이 춤사위를 더해 맛깔 나게 버무렸다.

일본 기타리스트 야마시타 가즈히토와 그의 딸 가나히는 ‘숲’을 정갈한 소리로 풀어내 가야금을 듣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미궁’은 록그룹 ‘어어부 프로젝트’의 손에서 한층 기괴하고 음침해졌다. 귓전을 찢는 전기 기타 소리에 “까악∼”, “으∼허∼”라는 괴성, 손과 입에 피를 연상시키는 붉은색을 칠한 무용가 안은미의 춤사위까지, 한층 선연한 개성을 입힌 무대였다. 끝으로 황 명인이 ‘달하 노피곰’을 직접 연주하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황 명인은 “오늘 (관객이) 많이 오신 것을 보니까 재미없는 것을 재미있게 보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며 여유 있는 표정으로 웃음을 이끌어냈다. 중간중간 황 명인과 이금희 씨의 해설은 공연의 의미를 짚어보는 데 충분했지만 두세 차례 출연진 교체 시간이 길어져 흐름이 끊기는 아쉬움도 남겼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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