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굿, Very Good!”

동아일보 입력 2010-09-20 03:00수정 2010-09-2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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濠오즈 아시아 페스티벌 첫 주빈국으로 한국 선정
무속극으로 소화한 ‘햄릿’현지 관객들 “독창적” 환호
《17일 밤 호주 남부 애들레이드는 ‘축제의 도시’에서 ‘신들린 도시’로 바뀌었다. 애들레이드는 1960년 시작된 공연예술축제 애들레이드 페스티벌을 필두로 유스 아트 페스티벌, 기타 페스티벌, 카바레 페스티벌 등을 개최하며 ‘축제의 도시’로 거듭난 곳이다. 그 축제 중 하나인 오즈 아시아 페스티벌이 이날 개막했다.》

17일 호주 애들레이드의 오즈 아시아 페스티벌 개막공연작으로 선보인 극단 여행자의 ‘햄릿’. 마지막 장면에서 고깔모자를 쓴 햄릿 (전중용)을 위해 산진오기굿을 펼치고 있다. 사진 제공 극단 여행자
2007년 시작해 올해 4회째를 맞은 이 페스티벌은 호주와 아시아의 문화교류에 초점을 맞춘 종합예술축제. 올해부터 주빈국을 선정해 그 나라 예술을 집중 조명하며 그 첫 국가로 한국이 선정됐다. 전체 9편 중 한국 공연 3편이 초대를 받았다. 극단 여행자의 ‘햄릿’(17, 18일), 극단 사다리의 ‘시계 멈춘 어느 날’(20, 21일), 예감의 ‘점프’(9월 29일∼10월 1일)다. 주빈국 선정을 기념해 ‘천하장사 마돈나’와 ‘밀양’ 등 한국 영화 4편도 상영된다.

애들레이드 도심의 페스티벌센터에서 열린 축제의 첫날은 ‘한국 샤머니즘의 밤’으로 치러졌다. 황해도 굿의 전통을 이어받은 강신무 이해경 씨의 열림굿이 오후 6시 페스티벌센터 2층 아츠스페이스 갤러리에서 관객 100여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50분간 펼쳐졌다. 별도로 마련된 전시실에선 이 씨가 직접 만든 형형색색의 굿 종이꽃 전시가 열렸다. 오즈 아시아 페스티벌의 재신타 톰슨 예술감독은 “호주 원주민의 샤머니즘 의식은 야외에서만 공연됐기 때문에 페스티벌센터 내에서 샤머니즘 의식이 치러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한국 굿은 에너지가 넘치면서도 의상과 종이꽃의 색깔이 매우 곱고 환상적”이라고 말했다.

오후 7시 반 250석 규모의 스페이스씨어터에서 여행자의 ‘햄릿’(양정웅 연출)이 개막공연작으로 무대에 올랐다. ‘햄릿’은 세 판의 한국적 굿으로 셰익스피어 원작을 독특하게 풀어낸 연극이다. 첫 번째는 죽은 사람의 원혼을 달래는 진오기굿이다. 햄릿(전중용)은 부왕의 넋을 달래려고 한판 굿을 열었다가 부왕의 넋과 접신한 무당들의 목소리를 통해 아비가 독살됐음을 알게 된다. 두 번째 굿은 물에 빠져죽은 사람의 넋을 달래는 수망굿으로, 오필리어(남승혜)의 장례식에서 펼쳐진다. 마지막은 독이 묻은 검에 찔려 죽어가는 햄릿을 위한 산진오기굿(죽기 전에 자신의 진오기를 미리 하는 굿)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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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무신(巫神)들이 그려진 대형 무신도가 무대 세 면을 둘러쌌다. 멍석 9장을 깐 중앙무대를 제외하곤 사방이 흰 쌀알로 뒤덮였다. 2시간 내내 “독창적이면서도 재미있다”는 반응이 많았다. 특히 햄릿이 아버지를 독살한 삼촌 클라우디우스(정해균)의 악행을 극중극으로 풍자한 ‘쥐덫’에서 대사만 읊는 남자 변사들과 몸짓만 하는 여배우들로 분리해 공연한 점이 많은 웃음을 끌어냈다.

관객 잔 트와이어로우드 씨는 “샤머니즘과 햄릿의 접목이라서 어려울 줄 알았는데 의외로 웃음이 많이 터졌고 색감과 조명이 아름다웠다”고 말했다. 연극배우인 사샤 랜 씨는 “지금까지 내가 본 햄릿 중 최고의 작품”이라고 평했다. 연극평론가인 마이클 몰레이 플린더스대 교수는 “1월 호주 시드니에서 공연했던 독일 베를린 샤우뷔네극장 예술감독 토마스 오스터마이어의 ‘햄릿’보다 훨씬 풍부하고 뛰어나다”고 평했다.

극단 여행자는 한국 도깨비설화를 접목한 ‘한여름 밤의 꿈’으로 2006년 폴란드 그단스크 국제 셰익스피어 페스티벌에서 대상을 수상한 뒤 이듬해 호주에서 6주간 순회공연을 펼쳤다. ‘햄릿’도 호평을 토대로 시드니와 멜버른 등 호주 주요 도시 순회공연 얘기가 나오고 있다. 여행자의 양정웅 대표는 “호주 평론가들의 반응에 자신감을 얻었다”면서 “내년 여름 독일 글로브극장과 폴란드 그단스크 페스티벌 등 유럽무대에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즈 아시아 페스티벌은 10월 2일까지 열린다.

애들레이드(호주)=권재현 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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