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54회 국수전…뜻밖의 파국

동아일보 입력 2010-09-06 03:00수정 2010-09-0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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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형준 2단 ● 박진솔 4단
본선 16강 1국 5보(77∼94) 덤 6집반 각 3시간
흑이 하변에서 많이 당했다. 박진솔 4단은 오랜만에 본선에 진출해 첫판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초반부터 망가져 속이 상한다. 기대가 크면 실망의 골이 깊다. 박 4단의 얼굴에 못마땅한 표정이 짙게 드리워 있다. 이럴 때일수록 마음을 추스르고 힘을 내야 한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성급하게 덤비지 말고 꼬인 매듭을 하나씩 풀어야 한다.

흑 77로 공격에 나서는데 백 78로 단단히 응수하자 공격이 쉽지 않다. 흑 79, 81로 우측에 벽을 쌓는데도 백은 전혀 위축되지 않고 백 82까지 다 받아둔다. 그만큼 백의 타개에 자신이 있다는 것. 물론 이것이 침착한 것인지, 아니면 만용인지는 두고 봐야 알 수 있다.

흑 85의 씌움이 흑에 유일한 공격 행마인데 백 86으로 척 붙여간 걸 보면 이미 이 대목의 수읽기를 확실하게 본 듯하다.

여기서 갑자기 파국이 발생한다. 흑 87로 젖힌 것이 성급한 마음에서 비롯한 폭주. 박 4단은 백 말을 살려주고 실전처럼 빵때림을 하면 흑이 두터워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흑 93까진 필연이라고 본 것인데 백 94를 보자 박 4단의 낯빛이 확 바뀐다. 이제야 백 94가 어떤 수인지를 파악한 것. 돌아보면 흑 87로는 그나마 참고도 흑 1로 치받는 수가 나았다. 백 14까지 백이 얄밉게 살아가긴 하는데 파국은 막을 수 있었다. 박 4단은 곧 돌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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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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