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큰딸 남자친구는 70세… 꼬리 문 황당 시추에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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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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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극 ‘너와 함께라면’
대본 ★★★☆ 연출 ★★★ 연기 ★★★☆

칠순 노인이 스물아홉 맏딸의 남편감이란 황당한 상황에서 펼쳐지는 좌충우돌 코믹 홈드라마 ‘너와 함께라면’. 두 딸에게 양손을 붙잡힌 채 칠순 사윗감(송영창)으로부터 지압을 받는 아버지(서현철)의 난감한 표정에서 이 작품이 내장한 웃음의 위력을 엿볼 수 있다. 사진 제공 연극열전
칠순 노인이 스물아홉 맏딸의 남편감이란 황당한 상황에서 펼쳐지는 좌충우돌 코믹 홈드라마 ‘너와 함께라면’. 두 딸에게 양손을 붙잡힌 채 칠순 사윗감(송영창)으로부터 지압을 받는 아버지(서현철)의 난감한 표정에서 이 작품이 내장한 웃음의 위력을 엿볼 수 있다. 사진 제공 연극열전
2008년 ‘연극열전2’ 작품으로 소개돼 2년 가까이 장기 공연 중인 ‘웃음의 대학’ 원작자 미타니 고키의 또 다른 희극. 지난주 ‘연극열전3’으로 무대에 오른 ‘너와 함께라면’(연출 이해제)에 대한 기대는 이 한 줄로 충분히 압축된다.

미타니 고키는 웃음이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에서도 기발한 발상으로 웃음을 끌어내면서 그 웃음 뒤에 짙은 페이소스를 안겨주는 ‘웃음의 연금술사’다. 국내에선 ‘웰컴 투 미스터 맥도널드’ 등의 영화로 먼저 알려졌지만 그의 본령은 연극이다.

‘너와 함께라면’은 일제강점기 말 검열관과 극작가의 대립을 그린 ‘웃음의 대학’을 내놓기 한 해 전인 1995년에 그가 발표한 코믹 홈드라마다. 딸만 둘을 둔 코이소 집안에 스물아홉 살 큰딸 아유미(이세은)의 애인 켄야(송영창)가 나타난다. 가족은 켄야를 청년사업가로 오해하고 있지만 실제의 그는 칠순 노인이다. 아버지 쿠니타로(서현철)가 그를 사윗감이 아니라 사돈될 어른으로 오해하면서 정체성 혼동의 희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웃음의 중심에는 쿠니타로가 있다. 그는 딸의 애인이 동년배일 것이라는 통념과 삼십대 아들을 둔 칠순 노인이라는 실제의 간극에 속아 넘어간 첫 희생자다. 더불어 그 충격이 아내 요리에(추귀정)와 켄야의 아들 겐야(박준서)에게 전이되지 않도록 하려는 두 딸의 선의의 거짓말을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바람잡이 신세가 된다. 종잡을 수 없는 표정연기로 양 극단을 오가는 서현철 씨의 연기가 가장 돋보이는 이유다.

하지만 진짜 큰 웃음은 이름마저 비슷해 혼동을 안겨주는 켄야와 겐야 두 부자의 몫이다. 근엄한 표정으로 등장해 극적 긴장감을 잔뜩 불어넣었다가 반전의 웃음코드를 펼쳐놓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웃음의 대학’에서 보여줬던 짙은 페이소스는 느껴지지 않는다. 두 집 살림이 들통 나게 된 남편의 거짓말 행각으로 인한 정체성 혼란을 그린 연극 ‘라이어’의 일본판을 보는 듯한 느낌이랄까. 상대를 배려해 ‘혼네(본심)’를 감추고 살아야 하는 일본 문화와 솔직함을 미덕으로 여기는 한국 문화의 차이도 웃음의 깊이를 엷게 한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i: 2만∼4만 원. 10월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문화공간 이다1관. 02-766-6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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